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장미 비파 레몬>에는 등장인물이 아주 많아서 처음엔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도우코,소우코,사쿠라코,에미코... 이름이 子로 끝나는 수많은 여성에다

그들의 배우자 내지 애인까지 등장하는데는 사실 좀 어이가 없었다.

결국 조그만 메모지에 그들의 관계(부부, 자매, 연인, 동료, 알바생, 내연, 전 애인 등등)를 기록해두고, 가끔 찾아보면서 읽어야했다. =,.=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장이, 마지막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많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인물 하나하나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에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었다.

순결이라든가, 부부간의 정조의 의무같은 것의 의미가 그닥 중요하지 않게된 요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과 그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타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내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가오리의 소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관계들이 등장한다.

동성애 내지 양성애, 내연관계, 원조교제 같은...

 

첫 한두권의 책을 읽었을땐 특별한 설정을 하는 작가로구나.. 생각했고

서너권의 책을 더 읽었을 때는 '매번 이런 설정이 있으니까 식상하기도 하네..' 싶었고

다른 일본 여류작가 서너명의 책을 읽고 나서는 '일본은 원래 이런 관계가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일본 소설은 열댓권 정도 밖에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내 생각이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하여간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흡인력만은 존경스럽다.

읽을 때마다 비슷한 설정이 등장하니까 뻔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다음에 또 가오리의 책을 고르고, 값을 치르고, 시간을 쪼개가며 읽고 있는 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