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소설 <백년의 고독>1.2권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 조구호/ 민음사 / 2000.1.3 1판 1쇄/ 2009.6.16/1판 36쇄/ 2010.2월

 

  대학시절 문예사조사 수업 시간에 민용태 교수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바로 그 ‘마술적 리얼리즘’의 진수라 일컬어지는 소설,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을 이제야 읽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이름이 사실 더 낯익은데, 스페인어 원제는 ‘Cien Años de Soledad’이니 ‘고독의 백년’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어찌됐건, 마르께스가 23년 동안 생각하고 18개월 동안 쓴 책인 이 책은 그 내용의 방대함은 물론이고 우주의 순리나 자연의 이치, 인간의 역사와 운명, 남미의 역사나 정치, 신화와 소설, 과거와 현재 등 그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입시킨다 해도 수백 권의 해석과 해설이 가능할 것 같은(실제로도 그렇지만),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텍스트의 힘을 보여준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가 ‘마꼰도’라는 마을을 이룬 후 6대에 걸친 흥망사가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마도 50번 이상은 책 맨 앞장에 있는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를 다시 들여다봤을 정도로 한 집안의 6대가 빚어내는 관계도는 복잡다단하다.

 

  “그녀에게는, 비록 뚫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부엔디아 가문 남자의 마음속에는 신비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가문의 역사는 끝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톱니바퀴이며, 그 축이 서서히,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마모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계속해서 회전하는 하나의 바퀴라는 사실을 한 세기에 걸친 카드 점과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2권 277쪽)

  결국은 맨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우리가 아무리 진보하거나 발전한다고 생각해도 그 끝에 도달해 보면 그 모든 것이 바로 원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 ‘궤’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주 안 존재들의 한계를 건드리는, 뼈아픈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거대한 서사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원을 그리며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진실과 책을 읽어가면서 직접 피부로 호흡으로 느껴보는 진실은 그 무게와 강도부터 다른 것 같다.

  지금, 2010년에 도달한 지금은 세상의 어디쯤인지, 우리는 어디가 끝이라 생각하고 달려가는 건지…, 뭔가…. 두 권의 책을 읽어내면서 세상의 한 시대를 다 경험한 듯이 허탈하기까지 하다.

  번역에 기대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의미와 내용을 파악했을지도 모를 대단한 내용이지만, 그냥 내용의 줄거리만이라도 간신히 이해해도 생각할 거리가 충분한 책이라고 본다. 기회가 있어 다시 한 번 더 읽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럴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