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 / 존 버거 John Berger /최민/ 190면/열화당/ 2017.1.4.~1.7

예상한 건 분명 아니었지만, 지난 연말에 책을 사면서 존 버거의 책을 4권이나 샀다(다른 방식으로 보기, 본다는 것의 의미,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4권 중 첫 번째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다 읽을 무렵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이 책은 1972년 영국 BBC에 방영된 존 버거의 텔레비전 연속 강의를 바탕으로 출간된 책이다. 나는 40년이 지나 2012년에 번역되어 발행된 이 책을 다시 4년이 더 지나 읽게 되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논조들 - 유럽 회화에서 여성을 보는 방식, 유화 전통에서의 다양한 모순들, 유화에서 광고로 넘어간 시각예술 등 - 은 참으로 새롭기만 하다. 존 버거는 이 책에서 자신들의 생각이 40여 년 전 발터 벤야민의 글(기계 복제 시대의 미술품)에서 빌려왔음을 밝혔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여기서 저기까지 끝, 이 아니라,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진 사상의 뿌리들을 또다시 더듬고 캐나가야 하는 긴 여정이란 생각이 든다.

올해 1분기를 목표로 20권의 책을 샀다. 한동안 책읽기를 멈췄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조금씩 읽기에 가속력이 붙는 느낌이다. 마치 헬스클럽이나 요가학원에서 운동을 하고 난 뒤 조금씩 근육이 붙어가고 몸이 바로 잡혀져가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처럼, 정신에 근육이 조금씩 붙어나갈 채비를 하는 듯한 이 느낌, ... 두근댄다.

John Berger, Who passed away at 90, changed the Way We Look at Art ! I've just finished reading John Berger's Ways of Seeing...

◈ 우리가 현재를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21면)

◈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술관이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성물(聖物)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신비감이란 사실 헤아릴 수 없는 부(富)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대중들은 진품 걸작이란 물질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부자들에게 속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30면)

◈ 유화는 그 자체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가시적인 세계를 재현하는 일정한 관습의 특별한 체계에 의존했다. 이렇게 한데 모인 관습들을 바탕으로 화가들은 특별한 체계에 의존했다. ... 하지만 우리의 주장은 다르다. ... 그것의 모델은 세상을 향해 난 창이라기보다는 벽 안에 소중하게 박아놓은 금고에 더 가깝다. 즉 가시적인 사물들을 한데 모아 저장해 둔 금고. (128면)

◈ 예외적인 작품이랑 오랫동안의 성공적인 투쟁 끝에 얻어지는 것이다. (130면)

◈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신감의 고독한 형태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 당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과 당신의 경험을 나눠 갖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154면)

◈ 이들은 그들을 매력의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다른 사람들의 선망의 시선을 무관심하게 관망하는 것이다. (15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