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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은밀한 갤러리>/ 현대미술을 움직이는 작가와 경매, 갤러리의 르포르타주

도널드 톰슨/ 김민주, 송희령/ 리더스 북/ 526면

The $12 million Stuffed Shark / 2008/ Donald N. Thompson

1쇄 2010.12.27, 3쇄 2010(? 2011이 아닌가? 잘못 인쇄된 듯하오). 2.14 /2011.3.2. 인터파크/ 10.9

허영과 욕망을 움직이는 연극무대, 경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하이엔드 컬렉터가 알아야 할 현대미술의 모든 것’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하이엔드 컬렉터가 되려면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많은가 보다.^^

작년인가, 영국현대미술에 대해 총정리한 듯한 임근혜의 <창조의 제국>이 512면이어서 읽기도 전에 기겁을 하게 했는데, 이 책은 여기에 10페이지가 더 붙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창조의 제국>도 그렇고, 이 책 <은밀한 갤러리>도 마찬가지로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이 책 한 권이면 현대미술과 경매라는 판매방식, 현대미술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는 아니겠지만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에는 ‘현대미술’의 작품 그 자체에 대해 논한 부분은 거의 없다. 작품만 제외하고 그 밖의 모든 것- 제작방식, 갤러리, 딜러, 컬렉터, 경매회사, 경매가, 미술언론, 아트페어, 미술관 등-에 대해 다뤘다. 심지어 미술평론조차 찬밥신세이고, 작품을 사고파는 데 무용지물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매스컴을 통해 미술 작품 하나가 몇백 억에 낙찰되었다느니, 데미언 허스트의 상어가 1200만 달러라는 등의 소식들이 주요 뉴스로 취급되면서 새삼스레 현대미술이라는 세계가 일반인들에게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소개되는 미술작품의 경매가라는 것은 이미 우리 머릿속에서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숫자놀음이라 현실감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왜, 누가, 저렇게 많은 돈을 들여 미술품을 사는가,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매는 이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탄생한 1750년대 이후부터 이어져온 것이지만, 특히 2000년대부터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위탁비용에 대한 조정안을 이끌어내면서부터 현재의 (그래봤자 10년이지만) 활황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경매는 두 경매회사를 중심으로 일반부자도 아닌 초거부(초고가순자산(UHNW, Ultra High Net Worth)을 보유한 거우 중의 거부 콜렉터)들의 손에 좌우되는 현대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매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가격 결정 방법으로는 현대미술 작품 같은 희소성이 큰 상품의 가격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229면). 바로 희소성이란 것이 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서인 셈이다. 또한 명성과 이름값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왜 데미언 허스트인가. 먼저 유명 브랜드 작가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작품이 그 작가의 것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는 한, 실제로 작가가 자기 손으로 창작했는지 아닌지는 관심 밖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허스트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후 제작과정에서 품질을 잘 관리했다. 실제로 허스트가 서명한 스폿페인팅 작품은 굉장히 비싸게 팔리지만, 그 스폿페인팅을 최고로 잘 그린다는 레이첼이 서명한 작품은 비싸게 팔리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미술계에서 독창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104면)’

에서처럼 사람들은 레이첼이라는 허스트의 조수의 이름보다 데미언 허스트라는 명성을 더 중요시하고 바로 그 명성을 사기 위해 애를 쓴다. 오늘날 현대미술 시장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유명 브랜드 경매회사와 유명 아트페어가 주도하고 있는데, 경매와 아트페어 모두 초거부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일종의 연예오락 행사로 전락한 실정이다(479면).

어찌 보면 비단 미술세계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미술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희소성의 가치가 있는 그 무엇에 대한 소유욕이 만든 욕망의 삼각 피라미드의 이야기가 아닐까. 다만 미술품은 여느 다른 것들에 비해, 사고 팔 수 있는 아이템 중 아주 매력적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초고가 작품들만이 미술품이고, 이들의 세상이 미술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술이라는 커다란 피라미드를 연상하며 읽어본다면 대충 그 지형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상 초고가 작품들의 특징이 팁으로 들어가 있으며, 시그널링원칙, 베블런효과(Veblen effect) 등 마케팅 용어와 심리학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연관된 것들을 함께 이해하며 읽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