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비한 결속> / 파스칼 키냐르/ 송의경/ 318면/ 2015.5.30(1판1쇄) / 2015.7.16. 인터파크/7.19~26

내가 콜렉팅(^^)하는 저자가 몇 명 있는데, 국내에 출간된 외국작가들의 책 중 단 한 권도 놓치지 않고 소장하려 노력한 작가는 파스칼 키냐르다. 올 7월에 발간된 소설 <신비한 결속>까지 모두 10권의 책을 읽게 되었으니...(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에 키냐르를 처음 알린 <세상의 모든 아침>(영화는 한국에 1993년 무렵 개봉했다)의 다른 번역본이 몇 권 더 있는 것 같지만 제외한다)

사실 카냐르의 책은 대부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고, 대부분 송의경 선생이 번역했기에(아닌 것도 몇 권 있지만) 그냥 사서 읽기만 하면 된다. 헌책방을 기웃대거나 원본을 찾을 노력도 필요 없다. 또한 대부분 큰 노력 없이 1쇄본으로 살 수 있다.;)

 

처음 읽은 키냐르의 책은 <은밀한 생>이었는데, 어,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나 하는 느낌이었다. 소설같으면서 소설 아닌 너? 이후에 읽은 왕국 시리즈들도 키냐르 특유의 문장과 흐름이 스토리를 가진 일반 소설과 차별성을 두기에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 작가를 따라갈 작정과 다짐을 미리 하고 읽게 된다. 그러다 2012년 그의 ‘소설’ <빌라 아말리아>를 읽고 약간 당황했다. 소설이었던 것이다. 명확한 스토리가 있는.

그리고 이번 소설 <신비한 결속> 또한 소설이다. 그의 여느 다른 책들처럼 밑줄을 그을 일은 별로 없고 그냥 읽어 내려가면 되었다. 이야기는 짧게 요약하자면 클레르라는 전직 사진작가의 어렸을 때부터 밀접한 관계로 지내온 시몽이라는 유부남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애정의 역사를 그렸다고 볼 수 있는데, 마치 늙은 암코양이처럼 대지를 뛰어다니는 그녀의 괴기스럽기까지 한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키냐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과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온 각종 장치들 사이에서 독자들은 관계, 애증, 땅, 죽음 등의 주제들 중 각자에 맞게 천착해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된 뒤 2년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작가가 직접 “이것은 내가 쓴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소설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고 작품 해설 강연에 나서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신비한 결속>을 다 읽은 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이 어쩌면 또 다른 한 권의 설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설서를 읽으면서 아, 그런 의미였구나, 그랬구나,, 하고 다시 한번 책의 내용을 되새김질해볼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아직도 약간의 신비감으로 내게 남아 있다. 몇 년 전에 읽은 <빌라 아말리아> 때도 약간 비슷했는데, 오히려 <빌라 아말리아>는 다 읽고 나니 다시 계속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어 키냐르 작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신비한 결속> 또한 지금과는 또 다른 무게감과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해 본다.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가는 것은 그 작가의 생을 함께 읽는 것과 같고, 내 삶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다. 나에게 키냐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음에 감사드리며, 계속해서 그의 다음 작품을 궁금해하며 기다릴 수 있도록, 부디 건강하고 오래오래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