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카테고리를 그냥 일반도서로 해야할지 음식/요리 편에 넣어야 할지 헷갈리지만, 그냥 음식/요리 편에 넣는다.

언어학이란 빠지면 빠질수록 캐내야할 것이 많은 분야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인간의 역사는 언어를 통해 이어지고 연결되고 또 파생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화와 경제와 정치와 사회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특히 로마어나 한자어의 고어를 보면 뿌리와 파생이라는 커다란 네트워킹의 망이 어떻게 시작되고 뻗어나가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어 무척 흥미롭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언어학을 가르치는 댄 주래프스키 교수는 오늘날의 음식 문화사를 언어를 통해 그 내역을 밝혀내고자 했다. 문명이란 사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지면서 무한대의 변형과 창조의 역사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것이지, 처음부터 나 홀로 위대하게 빛난 문명이란 인류 역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

흔히 미국산 하인즈로 대표되는 토마토 소스인 케첩은 그 언어의 뿌리를 찾아가면 17세기 중국의 생선 소스에서 시작된 말이라고 한다. 또한 영국의 대표 요리인 피쉬 앤 칩스는 페르시아의 생선 스튜에서 시작되었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파스타도 알고 보면 페르시아의 아몬드 반죽인 ‘라우지나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대에는 아랍과 이탈리아, 터키 쪽의 문물이 섞이면서 오늘날의 서양문화가 움틀 수 있었고, 특히 동서양의 문물이 본격적으로 교환되던 17세기 이후로는 중국과 포르투갈의 활약이 우리 문화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케첩, 시럽, 아스피크, 칠면조, 마카롱, 셔벗 등 오늘날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는 음식들의 뿌리는 의외의 지역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독자 변형되기도 했다. 또한 술 마실 때 건배를 뜻하는 ‘toast'의 시작은 와인 마실 때 적셔먹는 빵 조각에서 식사자리를 대표하는 숙녀의 건강을 위한 칭송의 의미로 바뀌어 오늘날 건배사가 되었다고 한다. 주래프스키 교수는 중국계 미국인이 부인과 요리 모임에서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며, 오늘날 먹는 것, 음식을 하는 것의 의미가 단지 배만 채우는 일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통해 인류를 지나온 공통성과 사회적, 인지적 특징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한다. 즉 ’차이에 대한 존중, 공유되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 등이 자비의 조리법에 들어가는 재료‘라는 것이고 이것이 ’음식의 언어가 주는 마지막 교훈‘이라고 말한다.

400면이 넘는 책은 언어학적 문명학적 음식의 기원 살펴보기의 수업에 간간이 양념같이 요리법도 소개되고, 개인사도 들어가면서 재미를 준다. 음식+언어+문화+역사가 주 메뉴인 비빔밥같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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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17세기까지는 와인과 에일을 마실 때 흔히 토스트 한 족을 담가 먹곤 했다. ... 와인에 토스트로 맛을 더하는 이런 전통이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인 17세기에, 영국의 식사자리에서는 식탁에 앉은 사람 모두가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다음에는 도 다른 사람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마시는 관행이 발달했다. ... 이런 건배는 흔히 어떤 숙녀의 건강을 위해 올려졌는데, 그 기원의 대상인 숙녀는 좌중의 토스트 toast라 일컬어졌다.

당시의 사정을 알려주는 어떤 글을 보면, 양념된 토스트와 향초가 술에 맛을 더해주는 것처럼 그 숙녀가 모임의 멋을 더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고 설명되어 있다. 인기 있는 숙녀는 “자라서 토스트가 되거나” “그 도시의 토스트”가 되었다. - 132면/ 5. 와인과 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