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세이/ <뉴욕이야기> - 고담 핸드북(Gotham Handbook) / 소피 칼, 폴 오스터(Sophie Calle, Paul Auster)/ 심은진/ 마음산책/ 2007.1.25. 1쇄/ 2013.3.15. 2쇄/ 2014.10.29. 인터파크/ 2014.11.21~ 12월 어느날

폴 오스터는 그의 책 <거대한 괴물>에 소피 칼에게 영감을 받은 몇 가지 에피소드로 마리아라는 허구의 인물을 창조했다. 소피 칼은 이번엔 역할을 바꾸어 폴 오스터가 자신의 행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그가 지정한 한 인물의 역할을 부탁한다. 그리하여 폴 오스터가 소피 칼에게 보낸 역할이 ‘뉴욕에서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소피 칼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게 될 교육 입문서’라는 지도서이고, ‘고담 핸드북’이라는 이름이 따랐다.

이 책은 폴 오스터의 지시에 따른 소피 칼의 행동을 기록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폴 오스터가 지시한 내용이란?

첫째, 미소짓기.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미소짓기, 그리하여 그들 중 누군가가 미소로 화답하면 그 미소의 수를 기록하기.

둘째, 낯선 이들에게 말걸기. 적대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미소로 화답한 호의적인 사람들과 최대한 대화를 나눌 것.

셋째, 걸인과 노숙자들을 모른 체하지 말기. 빵과 치즈 등 샌드위치와 담배를 휴대하여 그 사람들에게 건네주기.

넷째, 한 장소를 선택하기. 선택한 장소를 마치 소유지인듯 중요한 곳으로 만들기. 길의 한  모퉁이든, 지하철 입구든, 공원의 한 그루 나무든. 그곳을 책임지고 깨끗이 치우고 아름답게 만들어서 매일 그곳에 가서 1시간 동안 머물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하기. (1994.3.5)

이러한 네 가지의 미션에 따라 소피 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마침내 선택한 곳이 그리니치와 해리슨 가가 만나는 사거리의 공중전화 부스였다.

이곳을 꽃장식과 각종 휴대품과 의자, ‘HAVE A NICE DAY'란 환영 문구 등으로 장식한 그녀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의 모든 기록을 사진과 글로 이 책에 담았다. 9월 21일 수요일 시작된 이 특별한 여정은 일주일 동안,

‘125번의 미소를 보내고, 72번의 미소를 받음. 샌드위치 22개가 받아들여지고, 10번 거절. 담배 8갑의 제공했고, 거절은 0. 154분간의 대화’라는 수치로 나왔다.

 

역할을 준 폴 오스터의 생각과 역할을 맡은 소피 칼의 행동이 서로의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 케미를 보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척 아름답고 신선한 프로젝트였다. 마치 폴 오스터의 영화 <스모크>를 보는 듯, 뉴욕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의 숨결과 온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예술가들이란.....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는 사람들. 추에서 미를 발견하는 사람들. 눈물 속에서 웃음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 무의미를 의미로 확장시킬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서울의 도시를 생각하게 되었고, 루틴함과 그늘에 가려진 일상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도 한번 시도해 볼만한 프로젝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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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나에게 있어서 나의 존재를 훔쳐가는 사람인 동시에, 나의 존재라고 하는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라고 사르트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타인의 도시에서 삶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폴 오스터가 소피 칼에게 권하는 네 가지 방법은-미소와 대화, 노숙자들에 대한 배려, 한 장소를 가꾸는 일- 바로 타인을 통해 존재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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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와 소피 칼에게 삶을 아름답게 하는 방법은 타자로서의 내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 옮긴이의 말,  ‘타인, 또 다른 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