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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나영균 지음/ 황소자리 펴냄/
이 책이 나를 이끈 이유는, 나혜석(저자의 고모)도 아니고 일제시대의 정황도 아니고, 바로 저자의 고향이 봉천이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봉천, 장춘, 할빈, 간도, 만주....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 이 이름들을 나는 찾아헤매고 있다.
나영균은 일제시대 물산장려운동을 주도했던 나경석의 딸로, 그의 고모는 여류화가 나혜석이다. 1929년 봉천에서 태어나 살다 서울로 이사와 일제와 해방정국과 6.25를 거쳐 살아낸 가족의 이야기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 할아버지가 수원의 참판을 지낸 집안이라 그 아버지의 생과 그의 생은 놀라울 만큼 부유해서, 옛날 부루조아의 삶은 저러했구나 싶은 마음이 솔직히 먼저 든다(그 옛날 봉천에서조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렛을 먹고 자랐으니..)
딸이 그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은 그 아버지의 아픔이나 번민과 갈등마저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라서 솔직한 만큼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나영균은 되도록이면 사실들은 객관적으로 그리되 비판은 관용과 이해의 심성이 앞서는 것 같다. 민족을 위해 고민하고 애썼던 그 시대의 상황들을 어찌 지금의 잣대로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나영균 선생의 이런 저작은 몹시 부럽다. 복원할 거리가 있었고 찾아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족의 개인사가 아니라 민족의, 시대의 역사라 아름답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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