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밥상 Harvest for Hope

제인 구달, 개리 매커보이, 게일 허드슨/ 김은영/ 사이언스 북스

445면에 달하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경험과 주장을 적절히 인용하면서 설득력 있고도 쉽게 쓴 저자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제인 구달에 대한 전적인 믿음 때문일 것이다!). 
『희망의 밥상』(원제: Harvest for Hope)에 실려 있는 내용은 이미 여러 책과 신문 등에서 수없이 경고하고 알려준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오늘날 거대 다국적 기업의 부도덕성은 어디까지이고, 우리 밥상에 오르는 육류(소, 돼지, 닭, 칠면조, 거위의 ‘푸아그라’, 달걀에 이르기까지)와 수산물(양식 대하, 새우, 연어에서부터 저인망으로 싹쓸이해 바다 생물의 씨를 말리는…), 곡식(유전자 변형 콩이나 항생제 투성이의 토마토, 밀, 옥수수 등), 유제품과 각종 첨가물로 범벅된 음식들의 실상은 어떠한지 조목조목 알려주면서, 이 책을 읽고는 미국산 대량 수입육과 패스트푸드를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만든다.(스테이크 하나에는 제대로 앉을 수도 없게 만든 비좁은 육사에서 평생을 선 채로, 억지로 투여한 항생제와 성장촉진 호르몬으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서 죽음을 맞은, 풀 밭 위에서 한 번도 뛰논 적 없는 소들의 인간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그대로 어려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육류를 먹지 못하다가 스무 살 무렵부터 몇 년 동안 먹기 시작횄다. 그러다 다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가 또 다시 고기를 먹다가 요 몇 년 동안 채식주의로 되돌아간, 나름대로 굴곡 있는 육류 편력(^^)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먹지 않았던 것이 체질적 거부였다면 이후의 채식주의 선언은 자발적인, 환경과 생명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의지는 몇 년을 버티지 못했다. 회식자리를 비롯해 여러 식사 자리에서 항상 나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비롯해 “그만 해라, 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라든지 “너 하나 안 먹는다고 지구가 다시 회복되냐” 등의 말들과 유난 떠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 등은 어느새 그 의지를 약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말이 결국은 지구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주범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의 대충대충 쉽게 가고자 하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 지구는 지금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으로 허우적대고 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자원과 심각한 오염 속에 살면서도 우리는 당장의 편리와 식욕(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인 구달의 메시지는 거대하지 않다. 당장 지금부터 우리 식탁 위에서, 한 번에 한 숟갈씩 밥상에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다.

탐욕에서 벗어나 절제를 알고 용기를 아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큰 것, 거대한 것보다 작은 것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