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 <나무의 죽음>
차윤정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07.4.10 1쇄/ 2007.4.7 인터파크~2008.12.9


나무, 그리고 숲...
이 친숙하고 아름다운 이름들...
하지만 책의 제목인 <나무의 죽음>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꽃의 죽음, 나비의 죽음, 강의 죽음, 더군다나 지구의 죽음까지 생각해 봤지만 나무의 죽음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무는 사람이나 자연재앙이 헤치지 않는 한 그 자리에 그대로 영원히 아름답게 살아갈 것만 같은, 땅의 현실을 벗어난 또 다른 환상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백 년 된 소나무나 정이품송 같은 오랜 나무 혹은 미국 레드우드의 차가 뚫고 지나갈 정도로 큰 수백 년 된 나무들처럼 죽지 않고 한없이 세월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은연중에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무도 죽는다. 그러나 나무는 죽음이 끝이 아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이 책은 나무의 생명이 고갈되는 상황은 물론이고 이 이후의 삶에 주목한다. 나무는 죽음을 통하여 숲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나무가 죽어야 다른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 순환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소나무 숲에 가면 "쏴~"하는 솔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조용히 귀귀울여 들어보면 숲에는 바람소리뿐 아니라 뭔가 자기들끼리 수런수런대는 소리, 자박자박 걸어다니는 소리, 웽웽대며 칭얼대는 소리 등 참으로 다양한 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난다. 숲에는 나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수만 개의 다른 생명들이 나무를 어머니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저자인 차윤정 박사의 글에는 나무와 숲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 어떤 대서사시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드라마틱한 나무와 숲의 비밀을 이분은 우리들에게 아주 아름다운 언어로 이야기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나무의 나이테가 단순히 나이를 알려주는 표시가 아닌 나무가 죽어지낸 햇수를 가리킨다는 것, 결국 500년의 세월을 사는 동안 나무는 499년의 죽음을 몸에 지니고 있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나무는 한번 정착한 곳에서 일생을 보내는 고착 생명으로서 고착생활을 한다는 것은 숱한 시련에 노출되어 있다’(41면) 는 글을 읽으면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생각지 못한, 나무의 고독과 고통을 생각하게 되었다.  딱따구리, 온갖 곤충, 개미, 이끼와 버섯균, 너구리, 멧돼지에게까지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죽어가는 나무, 그러면서 끝내는 물고기를 살리고 물을 살리고 흙을 만드는 나무. 
그 삶이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