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셀 프루스트의 유명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마들렌처럼,  프렌치 토스트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박한 디저트를 생각하면 나는 수요일 오후 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어린 시절, 완전히 잊혀진 채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이제 사람들은 사라졌고 집도 사라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으니, 그 기억이 정말 존재했던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혹시 꿈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추억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쑥불쑥 되살아난다.
이상하게도 맛과 냄새는 돌아가신 분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어쩌면 이것은 그분들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유품일지도 모르겠다. "
- 179면/ 시간을 뛰어넘는 향기의 힘-프렌치 토스트-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무슨 음식이 떠오를까? 국수, 만두, 카레, 설렁탕 등 유난히 우리집에서 많이 먹었던 음식 말고 나한테는 이상하게 ’술빵’이 먼저 떠오른다. 큰 강낭콩인지 팥인지 모를 검은 콩이 든, 막걸리 냄새가 확 끼치던 큰 빵을 어머니가 해주셨는데, 어렸을 때 몇 번 먹은 것 말고 커서는 거의 못 먹어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항상 그 빵이 먼저 생각난다. 냄새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김이 모락모락나는 큰 빵에 대한 시각적 인상 때문일까?  
내가 만약 프랑스에 가서 한국음식에 대한 책을 쓴다면 나는 무슨 음식들을 소개하게 될까? 

장충동에서 근무할 때 이태원에 자주 갔었는데, 특히 해밀턴 호텔 뒤편 ’게코스 가든’을 비롯해 라타블로 등 왠만한 유명 레스토랑은 거의 다 섭렵해 본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르 생텍스’라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표방한 비스트로가 있었는데(사실 가정식 요리치고 조금 비쌌다), 그 집 주인과 쉐프가 작정하고 쓴 ’소박한’ 프랑스 요리에 대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한 명은 보르도 출신으로 바스크 족의 후예답게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를 가졌고,  또 한 명은 노르망디 출신으로 바이칼족 선조가 남겨준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졌다. 이들은 같은 프랑스 인이지만 지역의 거리만큼이나 스타일과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달라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어렵지만은 않은 프랑스 서민음식을 소개하자는 데 의기투합 이 책을 냈다는 것이다. 책은 한 음식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에세이 같은 설명과 실제 레시피를 넣어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게 했다.

내가 이 책을 보고 흉내낸 것 중에 제일 성공한 것이 ’양파스프’이다. 정말 만들기 쉬운데, 정말 맛있어서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빠뜨리지 않고 준비, 초반부터 ’우와~’ 감탄사를 듣게 만드는 효자요리이다. 이밖에 홍합찜과 크레페 정도가 따라하기에 좋다.

프랑스 요리라는 거창한 느낌 대신, 재미삼아 혹은 간편하고 쉽게 프랑스의 가정요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로 보면 참 좋은 책이다.

2006.12.29 인터파크/ ~2008.12.2 다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