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로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가 박상륭 선생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원래 표기는 ‘앓음다움’이다. 여기서 ‘앓음’이란 우리가 알다시피 ‘육제적, 정신적 아픔 혹은 고난을 이겨낸 사람답다’는 뜻이 된다. ‘아름다움’의 어원에 대한 여러 가지 다른 주장들이 대체로 좀 억지스런 반면, ‘앓음다움’이 어원이라는 주장은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 의미가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진실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 세상의 수많은 배고픈 예술가들과 고뇌하는 철학자들, 그리고 금욕적인 성직자들은 인류를 대신해서 보통 사람 한 명에게 할당된 고통 이상의 번민과 고통을 자진 감수하는 존재이다. 

- 아름다움에 대하여/ 13면 -

- 그래서 인간은 섹시함을 넘어 아름다워야 하고, 신체기관의 진화 욕구는 동물적 본능인 데 비해 정신의 진화 욕구는 인간적 의지이기 때문에 고통을 자진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 16면- 

-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과거를 존경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존경은 성공과 기쁨과 행복을 물려받기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인 것이다. - 존경심에 대하여, 28면 -  

-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어 마음을 까맣게 태우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집요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다. 희망과 욕망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외로움인 것이다. - 외로움에 대하여, 50면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다. 자연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우니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는 심리적 안정과 행복을 느끼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역속과 규칙, 규제의 질서가 아닌 갈등의 풍경이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적절히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며, 아름답다는 것은 혼란 속의 질서, 곧 ‘갈등의 균형’이 정착된 상태인 것이다.

- 규제와 자율에 대하여, 64면-

 - 그리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연인에 대한 신뢰이다.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그리고 욕망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신념이다. 신에 대한 믿음은 신앙이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신념인 것이다.

- 신념에 대하여, 79면-

 - 사람은 집 없이 살 수 없고,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신기하게도 곧 허물어져 폐허가 되어버리니 집과 사람은 한 생명인 것이다. 집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집이다. - 뿌리 깊은 집, 86면 -

- ‘이동’은 시간적인 것이고, ‘정착’은 공간적 개념이다. 그런 까닭으로 제 국가와 국토 없이 방랑하는 유랑민족의 집시문화에 ‘시간예술-음악’은 있으나 ‘공간예술-미술’은 없는 것이다. 떠돌이 집시의 문화에 미술과 건축, 디자인은 발달할 수 없다. 장서를 보관할 수 없으니 문학도 존재하기가 어렵다. 또 안정된 극장이 필수 요소인 연극과 오페라 같은 극예술도 존재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

‘문화culture'의 어원이 ’농사짓다‘라는 뜻의 라틴어 ’cultur'라니 과연 문화는 한곳에 정착하고 생활의 기반이 안정될 때 ‘꽃 피는 것’이지, 부유하는 유랑민족이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무엇인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집시의 시간이 꽤 오래도록 흐르고 있다. 이 집이 평생 동안 살 집이 아니듯 이 직장도 평생직장이 아니요, 이 마을도 내가 죽어 뼈를 묻을 내 고향은 아니다. 기회만 되면 더 나은 곳으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모든 공간예{술과 꾸밈의 문화는 유보된다.

도시는 언제나 공사중이고 우아한 목조 건물보다 철제 콘크리트 조립식 건물이 더 인기 있다.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풍경은 이토록 삭막해지고 말았는가. 나라 없는 집시도 아닌 우리가 이리저리 유랑하는 집시의 시간으로 사는 동안 이 땅은 점점 더 황폐한 폐허가 되고, 삶의 질은 나아질 줄 모르고, 민족적 미적 감각은 나날이 퇴화하고 있으니 어쩔거나. 이제 우리 그만 유랑하고 한곳에 뿌리내린 후 만년 푸르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집시의 시간, 126-127면-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세상에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는 최선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위도식 잠만 잘 수 없는 노릇.

인간이 가만히 있으면서 가장 유익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법,

그것이 ‘기도’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인간이 우주에서 유익한 존재가 되는 유일한 순간이다.

- 종교에 대하여, 2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