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우주 속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지만, 인간의 집착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공포스러울 만큼 괴롭다.

집에 가는 길에 마을버스 정류소 앞 길거리에 놓인 화분을 보았다. 둥그러니 한 팔 정도 크기의 화분 속에 꽃들이 피어 있었다. 저 화분이 바로 이 우주 속의 지구와도 같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구를 안고 있는 태양계, 태양계를 안고 있는 은하계,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초초은하단.. 아득한 그 이름의 크기를 가늠해보려 머리를 굴리지만 몇 초도 안 되어 한계에 도달한다. 지구란 마치 이 지구 속의, 대한민국의, 서울의, 서대문구 홍제동 한 거리의 화분만한 존재에 불과한데, 땅에 뿌리도 박지 못하고 허공 속의 화분이면서 그 안에서 누가 더 큰 꽃을 피우니 내가 더 예쁘니 하며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이란 정말 작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한데, 그 인식을 생활 속에서 하고 살기가 힘들다.

인간이란, 세상의 하고 많은 생물 중 하나이고, 지구의 생명은 50억년쯤 된다는데, 그 50억년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 속의 한 시기일 뿐이다.

삶이 우습고 지루하고 미움이 쌓일 때 이런 생각을 하면 우리 모두 측은해지는 느낌에 슬퍼지기도 하는데, 아, 언제쯤이면 죽음에 대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여기고 받아들일 나이가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