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를 보면, 언제나 내가 노래를 부르던 ‘오누이처럼 한세상 동반하는’듯이 의좋아 보이는 부부가 삽자루를 옆에 놓고 툇마루에 앉아 있는 사진이다. 바로 나의 이상향이다. 이 사진과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자연과 생명과 사랑과 인연, 우주와 생사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부터 언제나 머릿속에 떠오르던 바로 그 아름다운 자연주의 부부상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야마오 산세이는 1960년대 후반부터 ‘부족’이란 이름의 대안 문화 공동체를 시작한 사람으로, 1975년엔 도쿄에 ‘호빗토마을’이라 하여 공동체 자연가게를 만들기도 했으며, 1977년에는 일본의 남쪽인 가고시마의 작은 섬인 야쿠 섬에서 온 가족이 내려가 터전을 일구며, 구도자로서, 농부로서, 시인으로, 자연인으로 살다가 2001년 죽었다.

이 책의 마음에 드는 부분은, 구도자로서의 삶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있어서 현대문명과 부딪히는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에 대해서다. 예를 들면 밭의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원숭이나 사슴에 대해 무작정 내버려두기 보다는 그물망을 친다거나 동물들이 먹지 않는 작물을 심는다던가 등, 공생의 방법을 아주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해결해 가는 모습이다. 솔직히 자연과 생명주의적 삶을 생각하면서 살지만 도시에서 살다보면 생각과 생활이 모순되는 상황이 너무나 많고 어떨 때는 모든 것이 다 의심스럽고 혼동스러울 때가 참 많았다. 특히 이런 식의 책을 펴낸 사람들의 책 속에서 모순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너무 현실감 없는 구도적 태도 때문에 오히려 반감이 들 때가 있는데, <여기 사는 즐거움>은 과장되거나 지나친 것 혹은 모자란 것 없이 그냥 내추럴한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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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오키나와 섬의 속담이었다. 야쿠 섬사람들의 표현은 詩다. ‘숲은 바다의 연인’이라거나 ‘햇살이 아프다’와 같은 말들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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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이라는 필름은 바깥 세계의 온갖 대상에 감응하며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즐거움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그 감정은 생명의 가장 깊은 영역에서 작용하고 있는 ‘공명 현상’이란 본질에 뿌리를 두고 일어난다. 우리 몸속의 유전자에는 우리가 식물이었던 때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기 때문에 꽃 한 송이가 피면 이웃 가지의 꽃도 동시에 피는 것처럼 우리도 절로 꽃피워지는 것이다.(252-253P)

 

-빌려 본 책이라 함부로 줄을 긋지 못해 나중에 이 부분은 기억해둬야지 했던 부분을 지금 찾아봤으나 잘 찾지를 못하겠다. 그리고 참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그 때만큼의 감흥이 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읽는 것도 정성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활자 하나하나와 내 정성(집중) 하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