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우석균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다 읽고 나니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주인공 ‘마리오’가 된 듯, 그의 마음이 솜털처럼 섬세하게 내 마음속에 새겨지는 듯한 감동.

이 책은 ‘우정’과 ‘개안(開眼)’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본 국립극단의 <귀족놀이>에 나오는 주르댕과 많이 닮아 있다. 원작은 몰리에르의 <귀족수업>이지만, 이 작품에서 연출가의 시선에 따라 이야기를 재정립한 것이 <귀족놀이>이다. 주르댕은 돈을 많이 번 평민으로 후작부인을 사모하면서부터 음악, 무용, 철학, 검술 등 다양한 ‘귀족 수업’을 받으면서 후작부인의 세계로 도달하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사람에게로 가까이 가려는 욕망을 ‘코미디’의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서 마리오는 이슬라 네그라(검은 섬)로 온 시인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고용된 우편배달부로, 그를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메타포’로 이루어진 시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네루다의 영향으로 점점 시를 알게 되는 마리오는 짝사랑하던 베아트리스에게 ‘미소가 나비처럼 번진다’며 구애, 결혼까지 성공하게 된다. 이후 네루다는 아옌데 정부의 지지자로 파리 대사의 길에 오르고, 마리오는 파리의 네루다에게 이슬라 네그라의 파도소리, 종소리, 갈매기울음 소리, 아기의 탄생소리까지 녹음해 보낸다. 마리오의 네루다에 대한 사랑은 깊어 가고, 그가 병이 들어 돌아와 죽을 때까지, 그가 전에는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의 세계에 눈을 떠가며 시를 짓게 된다.

영화 <일 포스티노>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책으로 읽어도 그 감동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책을 다 읽자 <일 포스티노>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사람이 사람에게로 향하는 순수한 애정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성공담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그래서 더 리얼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이 아주 그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