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 배수아/ 자음과모음/214면/ 2013.4.20 초판/2013.5.2. 인터파크/ 2013.9.10

멀리 떠나지 말아요, 단 하루라도, 왜냐하면

왜냐하면……하루는 길고

나는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

*파블로 네루다, 「100편의 사랑 소네트」중 45번, 정현종 옮김, 2004, 일부 변형.

여기까지가 책에 나온 네루다의 시다. (8면)

그래서 더 찾아봤다.

(...)

당신이 아주 멀리 가버린 순간 나는

이렇게 물으며 어쩔 줄 몰라 온 땅을 헤맬 테니,

돌아와주겠어? 나를 이렇게 내버려둘래, 죽어가는데?

 

“Don't go far off, not even for a day,

because I don't know how to say it - a day is long

and I will be waiting for you, as in

an empty station when the trains are

parked off somewhere else, asleep.

Don't leave me, even for an hour, because then

the little drops of anguish will all run together,

the smoke that roams looking for a home will drift

into me, choking my lost heart.

Oh, may your silhouette never dissolve

on the beach, may your eyelids never flutter

into the empty distance. Don't LEAVE me for

a second, my dearest, because in that moment you'll

have gone so far I'll wander mazily

over all the earth, asking, will you

come back? Will you leave me here, dying?”

― Pablo Neruda

배수아의 책을 읽었다. 어김없이. 아마도 초장기의 몇 권을 빼면 거의 모든 배수아의 책을 사고 읽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팬’이라고 하나?

<에세이스트의 책상> 이후로 계속해서 나를 격하게 이끌었던 마력들에서 결코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정점을 지나서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조금씩 감흥을 잃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나는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목소리 공연장, 아야미라는 여주인공, 꿈, 독일어, 시인여자, 라디오, 부모형제... 독일 유학 이후의 그의 소설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재들이 이번 책에도 여전히 반복 혹은 변형되고 있는 듯한데, 전작인 <서울의 낮은 언덕들>의 연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비슷한 맥락의 소설이다. 여전히 꿈과 현실을 오가며 무언가의 알갱이를 찾아보려는 여정, 멀지만 가치 있는 일이기에 다시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덕분에 네루가가 읽고 싶어졌고, 네루다의 시집을 사게 되었고, 그의 시의 아름다움에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다. 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