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여행 <나의 핀란드 여행> -카모메 식당의 뒷이야기/ 가타기리 하이리/ 주연선/ 205면/ 은행나무/ 2013.7.25. 초판/ 2013.9.6 이순녀 기자가 선물 ~9.16

 

 

읽으면서 마치 캔디의 핀란드 원정기를 보는 냥 마냥 웃음이 배어나오는, 귀여운 책이다.

주인공 가타기리 하이리는 63년생인데, 마치 소녀 같다. 그것도 어여쁜 소녀가 아니라 개구쟁이나 빨간머리가 잘 어울리는….

우리에게는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 또한 2005년 여름 한 달 동안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처음 방문한 핀란드에 대해 촬영 후 3달 정도 정리해서 펴낸, 처음으로 써본 책이라고 한다.

굉장히 씩씩하고, 어디서든 잘 어울리고, 호기심 왕성하고, 특히 먹는 것 앞에서는 식탐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다.

핀란드의 몇 되지 않는 대표음식인 베리류, 감자, 연어, 바닷가재 등에서도 맛을 찾아내고, 노면전차, 시내구경, 나이트클럽, 쇼핑몰 등을 헤집고 다니며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이 나라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 촬영 후 하루 동안 체험한 핀란드 농장체험은 노장주인 아저씨, 사우나 체험 등 그 짧은 기간 동안 그 많은 스토리를 쏟아내는 그녀의 활력과 엉뚱함에 반하게 한다.

 

언제나 그러했지만, 유럽과 남미를 다 석권한 뒤 지금 일본에는 핀란드 바람이 분듯하다.(하루키의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새삼스레 핀란드의 핀항공과 디자인, 삶의 방식, 언어 등이 눈에 띄게 많이 연구되는 느낌이다.

 

순진무구한 눈으로 관찰된 핀란드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전해진 이 책은 가타기리 하이리라는 작가의 매력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참으로 유쾌한 경험인 것 같다.

 

>> 자원봉사자라는 말에는 아무래도 알레르기가 생긴다. 나는 역할로든 일상에서든 사람을 화나게 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삐딱한 인간이다. 그러나 또 그만큼 기쁘게 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절대 남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을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자원봉사자라든자 봉사라는 말이 얽히면 아무래도 꽁무니를 빼게 된다.(57면, 캄보디아의 아침 해, 헬싱키의 석양)

 

>> 일이 있을 때 이외에 도쿄의 아침을 본 적도 없다. 밤새워 마셔서 어쩔 수 없이 아침노을을 마주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하루의 시작인 해를 이렇게 당당히 맞이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너무나도 훌륭한 아침. 새파란 하루. 우주 저 너머에서 배달한 산지 직송의 햇빛. 아침 해가 이렇게 아름답고 새로운 것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61면, 캄보디아의 아침 해, 헬싱키의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