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문화경영자 CCO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문화에 말을 거는 방법)

Chief Culture Officer: How to create a living, breathing corporation / Grant McCracken, 2009

그랜트 맥크레컨/유영만/ 김영사/ 286면/  2011.7.1/ 2011.7.25.인터파크/ 2011.8.21

  기업이 문화에 눈을 돌린다는 얘기를 들은 지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문화라는 것은 용어 혹은 이론적인 측면으로 밀려나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문화가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엄청나게 그럴 듯한 굉장한 것으로 여기지만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를 매기다 보면 또 다시 뒤로 밀려나는 게 현실일 것이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 출신으로 늦은 나이에 기업문화경영에 뛰어든 저자가 밝히는 왜 문화가 기업경영에 중요한지를 조목조목 밝힌 책이다.

 

  CEO(최고경영자)라는 용어의 뒤를 이어 CFO(최고재무책임자), CPO(최고인사책임자), CLO(최고학습책임자), CIO(최고정보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등등 다양한 C레벨 책임자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 중 홍보상무쯤(?) 되는 사람들을 CCO(Chief Culture Officer)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 실제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화에 대한 개념과 범위, 생각,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빅토리아 시대로부터 한 세기 떨어져 있을 뿐이다. 100년 전에 존재했던 세상은 수직적이었으며 몇 개의 계층으로 엄격하게 나뉘어져 있었고 정치, 종교, 사회의 엘리트가 온 세상을 지배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실상 이 모든 속성을 훌훌 잘 벗어던지고 여기까지 왔다.… 문화생산자 대 문화소비자의 비율이 예전에는 1: 10000이었다면 지금은 1: 100에 가깝다.“(94면)

“문화는 한때 한줌밖에 안 되는 저 높은 곳에 있는 생산자를 통해 저 아래쪽에 있는 수백 만 소비자에게 인도되었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이 분명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제공했다. 생산자들이 제공한 결과물들이 종종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그에 대해 별로 대응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거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아니면 딱히 TV에서 볼 만한 것이 없었다. 거대 방송사들은 언제나 대규모 시청자를 겨냥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라고 불렀다. 틈새시장이란 불가능했다. 소수 시청자를 위한 방송은 금지되었다. 사실 그 시절엔 적극적인 시청자가 존재하기가 힘들었다.

권력은 생산자의 것이었다. 소비자들은 들은 대로, 본 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새롭게 형성된 계약관계가 무엇인지를 CCO는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129면)

  이렇듯 문화라는 것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는 시대이다. 대중의 마음의 흐름과 문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멀쩡하던 기업이 어떻게 망하고, 또 어떻게 성공하는지 책에서는 실례로 보여준다. 리바이스, 코카콜라, 모토로라, MS 등이 어떻게 흔들렸고, 나이키, 애플, 도브, HBO 등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는 반드시 현재와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진 스티브 잡스(애플), 댄 위든(나이키), 실비아 라그나도(도브), 크리스 알브레히트(HBO)와 같은 CCO가 있다는 얘기이다.

  “CCO는 표준화된 지식, 끊임없는 학습,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기회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능력, 온갖 일이 기습적으로 발생하는 와중에도 중요하게 전개되는 사항을 찾아내는 능력, 이러한 것들이 CCO가 갖추고 처리해야할 일이다. 직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30면) 

  그러면 제대로 된 CCO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책에서는 핵심적 질문을 던져라, 대중문화를 안내하는 친구를 사겨라, 다양한 잡지를 섭렵하라, 대중문화 모니터링하라, 큰그림을 그려라, 기업문화를 이해하라 등등의 제안이 나오고, 실천요령으로 주목하기, 감정이입, 브레인스토밍과 지적 임기응변들, 브랜딩, 디자인, 기획하기 등이 나온다. 한편 문화의 장애물들로 C레벨 경영진들, 쿨헌터, 구루, 엔지니어, 경제전문가, 경영대 교수 등등이 지목되기도 한다.

  CCO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저자의 주장들은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상당히 힘이 되고 뿌듯한 얘기들이다. 비록 기업이 아닌 그 어느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CCO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항목들이다.

“1세대 CCO의 역할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C레벨 경영진 대부분은 CCO가 하는 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문화라고 할 때는 박물관, 미술, 오케스트라처럼 고급문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기업문화를 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기업이 왜 대중문화 따위와 같은 명명백백히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문화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CCO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CCO가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설명하는 일이 곧 CCO가 할 일이다.(260면)

  일반적인 마케팅 책에서 보여주는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을 넘어서 달라지는 문화환경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설명과 더불어 흐름을 알려주는 책이다. 문화 관련자나 종사가가 아니라도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일 것이리라 확신한다.

※CCO의 열 가지 얼굴: 문화인류학자, 실험가, 정보전파자, 허들러, 협력자, 디렉터, 경험건축가, 무대연출가, 극진한 간호사, 스토리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