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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에세이 <광대한 여행> / 로렌 아이슬리/ 김현구/ 강/ 2005.7.20 발행/ 282면/ 2010.4.8 인터파크~ 3. 23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외로운 이름, 인간 그리고 지구...

일본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구나, 라는 공허한 마음에 쓸쓸함을 느낄 때 마침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로렌 아이슬리의 『광대한 여행』이었다. 전에 『모든 낯선 시간』과 같이 산 책인데, 『모든 낯선 시간』을 그다지 쉽게 읽지만은 않았던 탓인지 이 책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언젠가는 읽을 책으로 분류해 두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지구의 대재앙 앞에서 나는 알고 싶어졌다. 이 지구의, 우주의 연유와 기원에 대해. 우주라는 광대한 시공간 안에서 한낱 지구 위 생물의 생몰(生沒)은 별스런 일이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이 인간 삶에 의미를 붙일 수 있는 단서를 책에서라고 찾아내고 싶었다.

책을 쓴 로렌 아이슬리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인류학 교수였지만, 아름다운 서정의 산문으로서 인류학에 다가간 작가로 더 유명하다. 평생을 화석을 들여다보고 미지의 땅을 찾아다니면서 우주와 삶의 의미를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지를 사랑했으나 머물 수 없었다”(We love the earth but could not stay)“라는, 그의 묘비명에서처럼, 결론은 없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는, 너무나 외롭고 고독한 한 존재라는 사실을 간신히, 받아들이는 일밖에. 진실은, 인간은 고독하고 독특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209면)

“인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며 우리 지구가 마치 공허한 밤의 먼지티끌처럼 떠다니는 우주에서 인간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독하게 성장해왔다. 우리는 시간을 제고 생명 자체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의 징후와 표지를 찾아 헤맨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사고하는 포유동물 - 아마 우주의 모든 별에서 유일하게 사고하는 동물일 것이다. - 로서 우리에게는 의식이라는 무거운 짐이 더 심하게 가중되어 왔다.”(213면)

“두 번의 빙하기를 거치고 40억 년 만에 처음으로 한 생명체가 자신에 대해 사색하고, 깊은 밤 갈대에서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고독을 느끼게 되었다. 귀 밝은 사람이라면 잠시 귀를 기울인 다음에 인간의 소음과 여치의 구성진 울음소리를 구분해내고, 산토끼의 색다른 발소리를 알아채고, 귀뚜라미의 단조로운 가을 울음도 식별하며, 자신의 생각에 아무런 특권도 부여하지 않은 채 이 모든 소리들에서 장엄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소리들이 그치고 강물조차 고요해질 때, 그리고 얼어붙은 주변에서 아무것도 울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포효하지 않는 바로 그 때, 우주의 광대한 무심함이 그의 영혼 속에 깃든다. 어스름한 은빛 겨울에 얼음이 쨍하며 깨지고 별빛이 반사되는 황무지 저편 어딘가를 검은 강물은 달려가고 있겠지만, 그 강은 아무런 생명도 품지 않은 채, 우주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어떤 운명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40면)

그러나 그 동안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더 이상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관은 여전히 프톨에마이오스적이었고, 우리는 생명이라는 것이 취하는 수많은 외관 중의 하나(84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너무 오랫동안 인간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196면)

이 책에 따르면, 우주 팽창 이론에서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의 시간은 더 이상 무한한 것이 아니므로 생명이 무한히 멀고 황량한 우주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태양복사는 차단되지 않을 경우 생명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생명이 물질과 경계를 접하지는 않지만 물질로부터 출현했다는 우리의 나머지 관념을 다시 한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265면)는 것. 만약 우주가 수십억 년 전에 발생한 단 한 차례의 순간적 폭발로 생성되었다면 은하계 바깥의 별무리 뒤에서조차 모든 일이 일어날 만큼 충분한 시간은 없었다는 것, 이 사실에 비추어보아 우주 속에 우리보다 우월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191~192면)

따라서 우주의 무한한 공간 어디에도 우리의 고독을 나눌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저 멀리 다른 곳의 인간에 관한 한, 영원히 아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213면)

아이슬리는 이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인간이 될 운명이었던 생물체가 결국 인간이 되기까지 겪은 오디세이적 여정을 ‘광대한 여행’이라고 명명했고, 그 고독의 멍에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쓴 책이 이 책이다.

겸허하게, 필멸하는 우주의 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사는 동안 “카르페 디엠”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