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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캘리포니아> / 김영주/ 안그라픽스/ 462면/ 2006.6.30초판/ 2009.6.29.4쇄/ 2011.3.2인터파크/ ~3.12

“언제 행복을 느끼니?”

“지금.”

“행복한 건 어떤 건데?”

“지금 이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 있어 눈물 나도록 고마운 거.”

(426면, 요세미티에서)

김영주의 『캘리포니아』를 ‘드디어’ 읽었다. ‘드디어’라 함은 여러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지만 이상하게 썩 와 닿지 않아 찾아보지 않았는데 그 세월이 몇 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왜 내게 캘,리,포,니,아, 란 단어가 자꾸 발음되었는지 그 이유도 모르게 어느 날 문득, 다시 찾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산타모니카-산타바바라-산호세, 데스벨리, 샌프란시스코, 나파, 요세미티,,,) 지역을 돌며 쓴 글을 2006년에 책으로 발간한 책이다. 책이 나온 지 거의 5년이 지난 이 시점에.

여행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어느 날 문득, 훌쩍 떠나다’가 아니던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 표현 뒤에는 수십 수백 날을 압축기로 압축해놓듯 짓눌린 날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짓눌림의 힘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어느 날 훌쩍 떠나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거울을 보지 않듯(그런가?^^) 행복한 사람은 떠나지 않는다. 삶이 불행하다고 여겨질 때쯤, 여행은 신기루처럼 반짝이며 우리에게 떠나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저자인 김영주도 기자생활 이십여 년을 정리하고 도피처마냥 떠난 곳이 캘리포니아였다. 요즘 내게 캘리포니아가, 자꾸 악마의 속삭임처럼 와 닿는 이유도, 지금 내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지.. 직장과 사회와 인간관계에 지치고 지친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쯤 나도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캘리포니아로 떠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 한 권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치 내가 떠나기라도 한 듯 생생하게 캘리포니아는 내 맘 속에 새롭게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책 가운데 캘리포니아 마니아들과의 짧은 인터뷰가 담겼는데, 그들 이야기의 공통점은, 태평양을 끼고 도는 드라이빙 코스에서 바라보는 ‘숨이 막히게 아름다운’ 천연색의 햇빛과 바다, 산해진미의 음식, 산, 바다, 사막이 공존하는 광활함, 그 안에서 관대하게 믹싱된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의 매력이라는 것. 특히 가수 강산에는 데스벨리 한가운데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별들을 보고, 대오각성(^^), 삶이 새로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했노라고 고백했다. 삶을 새로 만날 경지라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이 책이 수많은 일에 지친 노처녀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4쇄까지 찍은 걸 보니 반응이 좋았고, 그 만큼 동감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지.

3월 2일부터 밤마다 읽기 시작해 캘리포니아를 그리며 잔 지 10일 만에 다 읽었다. 오늘밤부터는 또 다른 곳,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난다.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이 당분간 내 침대 곁을 지킬 것이다.

P.S. 최근 나온 여행책자 중 가장 형편없는 사진으로 된 여행책이 아닐까 싶게 막 찍은 사진들이 감질나게 들어가 있다. 잡지사 편집자 출신치고 참으로 사진 센스가 없어 보이는 듯한 필자의 사진들이다. 이 담에 나왔다는 『토스카나』나 『프로방스』, 『뉴욕』 등은 사진이 어떤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