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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철학 <모나리자 훔치기> / 다리안 리더/ 박소현/ 새물결/ 327면 / 2010.9.20. 1쇄/2010.12.8.인터파크/ 1.5~3.5

그림 한 점이 도난당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텅 빈 공간을 보기 위해 미술관으로 몰려든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 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지금의 유명세를 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11년 페루지아라는 프랑스의 한 숙련공에 의해 도난당한 사건 때문이다. 도난 사건 이전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한 이 그림은 도난을 통해, 새삼 수많은 사람들을 루브르로 끌어들였는데, 그림이 사라진 텅 빈 공간을 관람하기 위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는 것이다. 미술관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사람들도 모나리자가 사라진 텅 빈 공간을 감상하기 위해 루브르로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후 모나리자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수많은 담론을 양산했으며 심지어 초콜릿 상자와 우편엽서, 간판 등에도 가리지 않고 등장하여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관심과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사라짐으로써 존재를 드러낸, 사라짐으로써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사건은 이후 수많은 작가와 철학자들에게 숙제를 내 준 모양이다.

이 책은 영국의 라캉주의 철학자인 다리안 리더의 책으로, 정신분석학에 의거하여 다양한 현대문화를 거론하면서 미술에서의 ‘시선’의 문제와 존재의 문제를 하나씩하나씩 짚어가고 있다. 카프카, 마르셀 뒤샹, 루이스 브루조아, 피카소, 사라 루카스와 같은 미술가들의 사례와 안티고네와 같은 고전에서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어둠속의 댄서> 등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웬만한 문화인물은 총망라되어 등장한다.

수많은 ‘예술 장르’ 중 유독 미술만이 바라보는 것이 다가 아닌, 또 다른 너머의 세계를 요구하는 장르도 없을 것 같다. 굳이 ‘개념미술’의 의미를 말하지 않더라도 미술품 앞에서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미술이라는 장르와 미술품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 혹은 상념에 잠겨봤을 것이다. 작품이 있을 때는 보지도 않다가 작품이 사라지고 나니 그 사라진 자리, 텅 빔을 확인하고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으로 몰려가는 사람들, 여기서 미술의 가치와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밝히려 하는 것 같다.

솔직히 신문에서 서평을 보고 가장 기대를 많이 하고 산 책이었지만, 쉬운 책은 아니었다. 밑줄 그을 부분도 많고 생각할 부분도 많지만 한 권의 책으로 전체를 이해하기엔 너무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책. 아직도 그래서? 라는 의문이 남는다. ;)))

“실제로 불가능한 것, 즉 애초에 결코 존재한 적이 없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 대상이 주어져도, 거기에는 하상 무언가가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인체를 그릴 때 대부분 베일로 가려 모호하게 처리했지만, 베일을 제거라고 생식기에서 신체 내부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최근의 시도들도 여전히 눈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보는 것을 금지당해서가 아니라 시각 이미지가 결여되어 있어 보는 것이 불가능한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직 저 너머에 있는 것으로서만 환기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나리자>의 배경은 프로이트가 기술한 근본적 불가능성을 환기시키는 거대한 베일로서 기능한다.”

- 160면 <그림 너머에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