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월의 물고기> / 권지예/ 자음과모음/ 2010.1.12초판/1.22.2쇄/ 3월10일~12일

정말 오랜만에 읽은 한국 현대 장편소설이다.
가금씩 소설이 '땡기는' 때가 있는데, 연애라도 좋고 사랑이라도 좋은  그런 이야기가 마냥 그리운 그런 '때'에 마침 이 소설이 내게 왔다.

권지예 작가는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막 프랑스에서 건너 온 작가의 신선하고 새로운 시선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삼일 밤을 걸쳐서 이 책 <사월의 물고기>를 읽었다. 전작을 읽었으므로 작가에 대한 기대가 있기 마련인데, 복잡하고 다난한 남녀 혹은 인간들 간의 관계망을 차갑지만 세련되게 처리하는 작가의 글을 나는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다 읽고 난 소감은, 그다지 명쾌하거나  유쾌하지 않다. 
처음엔 여성지(이것도 예전의 개념에서)에 나올 법한 연애소설이었는데(약간씩 닭살 돋는), 이후 주인공이 다중인격증을 겪는 환자로 나오면서 미스테리 스릴러로 흘러간다. 그러나 짐작이 가는. 특별한 반전도 없이 이야기는 처음의 의혹을 잠작으로, 짐작을 진실로 밝혀내는 식으로 전개된다. 연애와 사람의 인연, 운명 혹은 팔자, 그리고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화제거리가 되었던 흉악범들의 '정신적' 병명에 대해 두루두루 생각하며 쓴 것 같다.   

작가는 '만날 사람은 만나고야 말고, 사랑할 사람은 사랑하고야 만다는,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지고지순한 명제를 사랑을 믿지 않는  요즘 젊은 연인들에게'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운명에 의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그렇다치더라도 주인공 남자(선우)가 정신 이상을 핑계로 저지른 무수한 살인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관대할 수 있는지, 소설이 무슨 도덕책은 아니지만 거기에 대한 조금의 반성은커녕 머뭇거림 혹은 언급도 없는 것 같아 오히려 의아할 지경이다.  이런 식의, 사랑밖에 난 모르는 식의 주제는 소설의 완성도를 떠나 상당히 올드 패션의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의 지점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정의내릴 수 없을 것 같다. 반드시 순수문학 혹은 본격문학과 대중소설을 구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작품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까지 커버해 줄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