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에 대해서 다들 한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는 실크로드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광월한 초원이나, 황량한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무리를 이끄는 상인들이 전부일 것이다. 실크로드는 단순히 머나먼 길을 떠나는 상인들의 왕래 라는 역사적 의미가 전부가 아니다. 머나 먼 옛적부터 동양과 서양은 실크로드를 따라 교류를 하며 문명의 요소들을 전파하고 수용하고 또는 문명의 쇠퇴와 창건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서양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매몰되어 있으면 이러한 문명교류의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진정한 세계사를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실크로드 동서문명 교류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이 실크로드 문명 교류사는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크로드 노선이 동쪽 연장선이 우리나라까지 확장되기 때문이다. 경주 고분 유적에서 로만글라스가 출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혜초의 구법행을 다룬 왕오천축국전이 둔황굴에서 발견될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문명교류사의 대가인 정수일 선생이 집필한 실크로드 답사기행으로서 노선을 따라 주요 장소의 실크로드 역사 흔적을 찾고 명소를 탐방하며 의미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당나라 수도 장안이었던 시안에서 출발하여 둔황을 거쳐 투르판, 쿠차, 카슈가르, 호탄을 지나 파미르고원을 넘어 카자흐스탄, 우즈벡의 사마르칸트,부하라 이란의 메르브,야즈드,테헤란, 터키의 카파도키아, 이스탄불 등으로 마무리되는 대 장정의 일정을 보여준다. 광월한 대륙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 속에서 수많은 역사와 문명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동시에 험난한 자연의 위력에 맞서 자생하고 지켜온 문화 유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곳곳에서 우리 한민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둔황굴의 왕오천축국전도 그렇지만 신라 승려를 위한 탑이나 천불동에 기록된 벽화 속 신라인 추정 등 우리 민족 역시 실크로드에 직간접으로 참여하였던 것이다. 지금은 섬나라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이지만 대륙을 아우르는 스케일의 기상을 우리 조상은 가졌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민족과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위대한 의지가 빚어내는 유산과 지혜를 실크로드 기행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말한대로 진정한 세계사를 추구하기 위해 '변방'의 역사 즉 중앙아시아사를 저자는 심도있게 다루기 있기 때문에 낯설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는 중앙아시아 역사를 알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절대로 쉽지 않다. 청소년 권장도서에도 속해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서적을 더 읽어본 다음에야  원활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실크로드 기행을 떠날 것이다. 뜨거운 화염산 아래 사라져버린 찬란한 문명을 자랑한 나라의 궁전,성벽터를 직접 볼 수 있기만을 기대한다.

정수일, 실크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