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관계 연습 [가족쇼크]

ebs 다큐프라임 특별기획으로 방영된 것을 책으로 만들었나봐요.

지금은 잠시 방학중이지만, 매 주 수요일 어머니기도회에서 가족에 대한 주제로도 참 많은 강의를 들었기에

거기서 사용된 예화 등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 반가운 내용들도 있었네요.

프롤로그에 적힌 '대한민국의 가족은 아프다'

아...이 제목만으로도 갑자기 펑펑 울고 싶게 만드네요.

다른 가족들 돌아볼 것도 없이 일단 저희 가족만 하더라도, 정말...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아프니까요.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큰 아이로 인해, 

그리고 그 아이가 사춘기가 왔으니 뭔가 전과는 다른 여유있는 태도로 한 발짝 물러서서 아이를 바라봐야겠다고 맘만(!) 먹고

그게 잘 안 되는 저로 인해,

우리 집은 날이면 날마다 전쟁터 같거든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형편과 처지는 다르지만

내 자식에게서도 한 번쯤은 들어봤던 말들을 다른 집 아이들도 하고 있고

내가 허구헌날 잔소리로 달고 사는 멘트들이 다른 집 엄마들에게서도 역시 일상적으로 발견되는구나 하는 맘에

책을 읽는 내내 오히려 마음은 좀 편안해지고 위로도 됩니다.

 9부작으로 기획된 다큐프라임을 근간으로 이렇게 4가지 관점으로 구성된 <가족쇼크>.

1부와 2부는 가족의 개인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고, 3,4부는 가족이 속한 사회 기능에 대한 고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고독사 문제와 가족의 개념에 대한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1인 가족의 잠재적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런 문제를 보완해 줄 열쇠가 '혈연'에 있지 않고 '관계'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뿐 아니라, 이주 노동자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유지하는 모계 사회(키리위나)의 모습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게 될 가족의 개념이나 형태에 대해 '가족의 가치'에 더 주목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데,

책장을 덮을 즈음엔 지금 내 가족이 있음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서점에 나가보면 그때그때의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육아 관련 서적들 코너에 멈춰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고르거나 읽고 있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지요.

저 역시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그런 책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 하나고요.

어디 그 뿐인가요..학교에서도 각종 타이틀을 건 학부모 연수가 끊임이 없고,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강의를 듣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부모와 아이의 동상이몽입니다.

부모는 분명 자식 잘 되라고, 또 자식 잘 키우고픈 맘에 책도 보고 강연도 들으러 다니는건데

자녀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모 자식 간에 대화의 시간은 줄어들고, 

부모는 자녀에게 주로 부정적인 말들을 자꾸 하게 된다는 것이예요.

한국과 프랑스 프랑스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한 비교 예화가 소개된 후,

만족 지연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에서 만족 지연 능력이란 것은 철저히 양육자의 태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알려주네요.

한번 규칙을 정하면 그 규칙을 지키기 위해 부모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지켜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데,

(  by 한양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조희연 교수)

규칙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 일이 너무 오랫동안 반복되어 굳어져 버린 것 때문에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다보면 우리 집은 다시 또 전쟁터로...

이런 생활의 반복,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픈 맘에 무슨 해답이 있을까 더 궁금한 맘으로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더라고요.

세월호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들의 이야기도 2부에서 소개되고 있는데요,

저는 p.124 맨 마지막 문장이 정말 가슴에 확! 와 닿네요.

당신은 지금,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가?

안 그래도, 어제 고등부 쌤들 연말 모임에서 장로님의 급제안으로

"사랑이 없으면...  ~~~~이다!" 라는 문장을 하나씩 만들어 보기로 했는데,

저는 "사랑이 없으면 나는 크리스챤이 아니다!"라고 했답니다.

제가 크리스챤으로, 예수님께 값없이 주시는 사랑을 받았는데, 저 역시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일텐데

그 누군가가 내 자식이라면...남도 사랑해야 하는 마당에 하물며 제 자식, 제 가족은 말해 뭣하겠습니까만은...

사실, 내 가족을 사랑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특별히 사춘기를 호되게 치루고 있는 아이와 그저 사랑하면서 지내는 일이 맘처럼 쉽지는 않더란 말이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겠지요.

내게 맡겨주신, 내가 사랑할 대상이니까요.

과거의 가족에 대한 개념과 좀 많이 달라진 '혼자서도 가족이다'

핵가족에서 더 진화하여 혼자서도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청춘, 고독사를 말하다>는 제가 ebs에서 직접 몬 내용이네요.

대학생 취재단이 무연고 사망자들을 찾아, 그 주변인들과 인터뷰도 하고 고독사하신 분들의 자취를 취재하는 내용으로 진행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노숙자로 죽은 노인이 학교에서 그렇게 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는, 한 때는 교사였다는 것.

40세밖에 안 되었는데, 이웃과의 교류는 거의 없이 할머니처럼 허리가 구부러져 기역 자로 허리가 구부러진 채 돌아다니던 오명희씨의 죽음.

대학생 취재단이 이런 이들의 흔적을 찾아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울기도 하고

자신들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기 주변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관계에 대해 되돌아보는 과정들이 방영되었는데,

저 역시 당시 방송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져옴을 느꼈었지요.

나태해서 혹은 무지해서 그들이 노숙자가 되거나 고독사하게 된 것이 아니라,

다만 한 번 실패한 사람일 뿐이라는 말이 정말 맘 속 깊이 다가 오더라고요.

비록 사회가 재활의 기회를 주지 않더라도 가족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찾으려고 새롭게 노력했다면...?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제 아이들에게 지금처럼 윽박지르고 비수로 꽂히는 폭언을 일삼는 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것을

새삼 깊이깊이 깨닫고 결심하게 되네요.

 

힘듦의 원인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된다...

이틀 후면 애들 데리고 떠날 긴긴 여행,

이번 여행에서 아빠 떨어져 지내는 이 기간에 아이들과 저와의 관계만이라도 온전히 회복되고

진짜 가족이 되어 돌아올 수 있으면 참~ 좋겠네요.

 

 

가족쇼크, ebs다큐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