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류행 >

 

의식하지 않는다면 의식되지 않는 풍경이라.

풍경을 느낀다는 것, 내게 풍경이란 일상을 떠나 찾았던 낯설음의 공간이였는데

저자는 환경, 자연, 풍토, 인간을 아우르는 의미로 '풍경'을 이야기 한다.

어느 곳이든 존재하는 그것.

풍경을 이다지도 공감각적이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던 책 <풍경류행>.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 백진,

그는 '풍경을 따라 유랑하는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 일본, 틈틈이 여행한 아테네, 예루살렘, 바라나시 등의 풍경들을 대면하면서

"공간적 유랑에서 시간적 유랑으로 이어지는",

어느 곳이든 흐르고 어느 순간 각각의 다른 풍경들이 겹쳐지는 동일성을 깨달으면서

풍경과 풍경 사이의 이야기들 전하고 싶었다고.

 

에세이와 여행기가 더해진 이 책은 잔잔하고 깊이있는 대화를 들려준다.

삶과 마음, 어울림이 있는 풍경들. 그리고 지속되는 풍경들.

자연이 우리의 삶에게 어떤 건축을 만들어내게 했는지,

인간의 내면이 어떤 종교적 건축과 풍경을 원하였는지를.

풍경과 풍경이 만들어낸 인간과 자연의 그 신비한 교감이 어떠한지를.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Vitruvian Man 같은

인간(몸)에 대한 대칭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기하학과 평면학의 이야기들,

소소한 건축적 에피소드들이 흥미를 더해주는 이 책은

통일감은 좀 떨어지지만, 전문 에세이 작가가 아니기에

더욱 솔직한 한 사람의 삶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매력적이다.

 

이 책을 여행지를 오고가며 읽었는데, 휙휙 지나가는 도로와 잡초와 집들 조차도

내 삶을 연결하는 흐르는 그것이라 생각하니 순간순간이 다채로움으로 채워졌었다.

내게 지나가는 이 풍경이 일상이 되는 타인이 분명 있겠지.

타인들이 놓치고 사는 일상조차 풍경이 되는데,

꼭 여행을, 특별한 장소에서만 풍경을 찾았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여전히 좁은 풍경만을 보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열린 풍경을 느끼는 방법과

자아의 깊이가 더해진 자연 속의 풍경(내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을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인간의 내면같은 거창함 보다 스스로의 깨달음이 더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