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 활동을 통해 비교적 다양한 타입의 자기계발서를 접해본 것 같은데 애니어그램을 통한 접근은 처음이라 새로웠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읽는 이가 누구이고 그가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혹은 못한 채), 혹여 실수하더라도 연연해 말고 긍정적인 자세로 계속 노력하라는 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주장을 펼친다면, 이 책은 그에 앞서 진정한 너 자신부터 찾으라 말한다. 내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야, 나에게 있어 '보다 나은 삶'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타인이 평가한 유·무형의 것들에 대한 가치와 기준에 나 또한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진정한 나 자신을 먼저 찾으라고 충고한다. 그리하면 적어도 나와 타인을 비교해 처지를 비관한다거나 하는 식의 불행은 맛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알지만 자주 틀리는 표현이 바로 '틀리다'와 '다르다'이다. 개인적으로 '틀리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시험 문제의 답을 맞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딱 잘라서 '무엇 무엇이 틀리다'라고 규정짓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상황 역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찾지 못하거나 '나'와 '너'에 대한 가치평가의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일 텐데 결국 '나'를 찾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너'를 보다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나답게'라는 주문은 오직 '나'만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나와 너, 즉 '우리'의 소통을 돕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역시도 자신의 저서 <<인생 수업(Life Lessons)>>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많은 이들이 진정한 나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진정한 자아'가 현실에서 쓰고 있어야 하는 가면과 역할들에 가려져 있기 쉽기 때문이라며. 그의 말처럼 그 진정한 자아란 어떤 이들은 비교적 쉬운 방식으로 일찍 발견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죽을 때까지 발견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책에 나온 일화 중에서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남자가 건강이 몹시 안 좋은 70대 후반의 자기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분을 보내 드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난 간신히 용기를 내어 말했죠. '할머니, 전 할머니를 보내 드릴 수 없어요.' 이기적으로 들리리라는 건 알았지만, 그게 내 진심이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얘야, 난 만족한단다. 내 삶은 멋지고 완벽했어. 더 이상 내 모습에서 생기로 가득 차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난 이미 이 여행에서 많은 것을 누렸어. 삶이란 마치 파이와 같지. 부모님께 한 조각,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조각, 아이들에게 한 조각, 일에 한 조각, 그렇게 한 조각씩 떼어 주다 보면 삶이 끝날 때쯤엔 자신을 위한 파이를 한 조각도 남겨 두지 못한 사람도 있단다. 그리고 처음에 자신이 어떤 파이였는지조차 모르지. 난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 알고 있단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알아내야 할 몫이지. 난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이 생을 떠날 수 있단다.”

그 남자는 내게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난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난 그분을 보내 드릴 수 있었어요. 그 말씀이 그렇게 만든 거죠. 난 할머니에게, 내가 죽을 때쯤엔 나도 할머니처럼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어요. 할머니는 마치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듯 앞으로 몸을 숙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어떤 파이인지 알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단다.'" (pp. 35~36)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내가 나를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 내가 나 아닌 타인을 바꾸기란 더욱 더 어렵다. 사실 타인을 바꾸겠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냥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나다움, 너다움, 우리다움'이 공존한다면, 그 개개인은 행복할 것이며 그 사회는 건전하고도 행복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투리뷰어,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