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야 워낙 유명한 고전이고 이미 많은 출판사, 많은 번역가에 의해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어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미 수많은 동물농장들이 출판시장에 나와있는 가운데,  고전 『동물농장』을 또 내놓게 되었을 때에는 분명 기존의 동물농장 번역서들과는 다른 어떠한 차별성을 부여해야 독자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번역가만 달라도 책의 분위기나 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도 하다. 내용의 전반적인 틀이야 동일하지만 번역가에 따라서 한 문장 한 문장이 전혀 다른 문장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매되는 번역서일수록 번역이 매끄러운 편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예전의 번역서보다는 요즘 나오는 번역본들이 그나마 문장이 자연스러운 편인 것 같다.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이번 동물농장의 번역은 꽤 만족스러웠다. 다른 버전의 동물농장에서 번역에 불만족했던 독자가 있었다면 이 책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고보니 고전소설은 색다른 차별성을 두지 않아도 충분히 독자들의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전의 매력이 무엇인가. 언제 다시 꺼내 읽어도 재밌는다는 점, 그래서 소장가치가 아주 높다는 점이 고전의 매력이 아닌가. 비록 그 내용이야 꿰뚫고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전소설에는 어느 순간 또 손길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 소설의 작가들은 아마 예상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읽혔을 거라고는.

 

 동물농장의 내용이야 워낙 유명한지라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는 책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일단 앞서 말했듯이 번역은 자연스럽고 매끄럽고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부록'이다.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었던 조지 오웰의 서문과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그리고 오웰의 에세이 등과 역자와의 인터뷰 코너를 접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특히 조지 오웰이 소위 지식인들이라 불리는 세력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반드시 이 부록에 수록된 글들은 읽어볼 것을 강력추천하고 싶다. 아, 그리고 동물농장이 실제 러시아의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했다는 점은 알고 있을 것인데, 어느 동물이 어떤 인물을 가리키는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바로 등장인물과 러시아 역사 대비표 코너가 그것인데, 이 정보도 독자들에게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해설'이다. 해설의 내용은 본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내용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다. 해설의 위치가 별로였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해설이 등장하는데 이는 독서의 집중력을 방해하기도 하고 창의적 독서를 망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떤 장의 해설에서는 한참 뒤에 올 내용을 미리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런 점을 봤을 땐 '처음' 동물농장을 읽게 되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 해설을 아예 한꺼번에 맨 마지막으로 넘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해설은 무시하고 일단 동물농장 본론만 읽은 후에 다시 두 번째로 읽을 때 해설을 읽는 것이다.

 

 이러한 해설의 위치에 대한 아쉬움 빼고는 정말 '괜찮은'책이다. 많이들 특히 부록의 내용에 만족할거라 확신한다. 오랜만에 동물농장이 읽고싶다 하는 사람들은 홍익출판사의 동물농장을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