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 한 마리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물가로 다가온다. 이리저리 살피던 순록은 마음이 놓였는지 고개를 숙여 수분을 섭취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물가쪽에서 잠복하고 있던 악어가 재빠르게 순록의 목을 물어 목숨이 끊어질 때 까지 비튼 후 맛있게 배를 채운다. 언젠가 TV에서 봤던 장면이다. 그 순록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할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고, 무엇보다 살기위해서는 물을 마셔야 했다. 악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경계심이 철저한 순록을 어떻게 해서든지 사냥을 해야했고 최대한 숨을 참으며 물가 근처에서 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물가 가까이 온 순록이라 할지라도 사냥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이들 순록과 악어뿐 아니라 정글에서는 무수한 동물들이 서로 경쟁하고 물어뜯고 잡아먹고 잡아먹히고 있다. 정글 안에는 무수한 위험과 무수한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으며 동물들 사이에서의 쳬계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사파리의 왕 사자라 할지라도 언제 어디서 공격당할지 모르며, 언제 어디서 먹잇감을 빼앗길지 모르는 일인만큼 그 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언제나 불안정함과 불확실함속에서 벌벌 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출판사 에쎄의 신간 장경덕 저자의 <정글경제특강>은 이러한 정글의 특성을 우리네 경제상황에 적용하여 쓴 경제서이다. 정말 딱 맞는 비유인 듯 하다.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 역시 늘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너무나도 복잡하기까지한 그런 정글과도 같은 곳이다. 

 

 

 

 <정글경제특강>은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하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거나, "이렇게 해야 손실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그러한 가르침을 주는 책은 아니다. 특강이라 해서 내가 이 책을 통해 어떠한 투자비법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나 하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그러한 비법을 담고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실제 사례들을 언급하며 그와 관련된 경제이론을 설명해준다거나 수익률의 표준편차 구하는 방법, 연봉의 현재가치를 구하는 방법과 같은 셈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수식이라면 정말 진저리가 날 정도라면 그냥 넘어가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의도는 셈법을 외우고 경제이론을 터득하게 한다는 것이 아닌, 정글경제의 불확실성, 복잡성, 불안정성에 대해서 독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또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닌 독자들 스스로가 끊임없이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 같다. 실제로도 이 정글경제에서는 정답이란 없고 비법같은 것도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유명한 투자전문가라 할 지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단지 그나마 합리적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비법전수라기 보다는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본다.

 

 

 비경제학도로서 이 책은 개인적으로 수월하게 읽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책을 많이 접해본 경험에 따르면 한 번 읽고 말 정도로 만만하게 보거나 무관심해버리면 안되며 반복해서 꺼내 읽고 메모하고 스스로 생각해보고 또 글을 써보는 것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비로소 책의 내용들이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 역시 저자의 물음에 스스로 생각해보고 스스로 방향을 찾아보면서 이 무시무시한 정글경제속에서 눈이 멀지 말고, 또 길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정글경제특강, 경제서, 에쎄신간, 장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