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대를 소재로 한 책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화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소재가 소재다보니 끓어오르는 울분을 느낄만한 적나라한 사진이나 상황표현대목들을 읽을 적에는 특히나 마음 한 구석이 쓰라리기 바빴던 독서의 추억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 <이토록 아찔한 경성>은 독자들이 조금은 평온하게, 조금은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한 듯 하다. OBS방송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된 내용이라고 하는데, 어디선가 OBS역사프로그램이 굉장히 추천할 만하다는 평가를 들은 기억이 있어 일단 읽기도 전에 기대감을 안고 봤던 책이다.

 

 그 전에 이 책의 칭찬할 만한 점은 바로 표지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빤짝거리고 까칠까칠한(?)재질을 입혀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그런 표지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토록 아찔한 경성이라는 정말 아찔한 책제목이 먼저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겨올 듯 하다. 또한 표지를 보면 소제목으로 '여섯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아마 많은 독자들이 평소에 궁금해했을 법한 주제라고 확신한다. 일제시대때의 광고와 미디어, 대중음악인 트로트에 대한 이야기, 또한 사법제도와 문화재, 철도를 소재로 다루면서 그 시대때의 생활풍경들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문체는 학교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의체라서 더욱 생생하게 빠져들 수 있으며 다소 가벼운 주제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기도 하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안에는 다양한 사진들과 자료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1부 광고편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 시절 광고를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일제시대 신문광고들의 변천사를 목격할 수 있고 그러한 변천사를 통해 역사의 흐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부 대중음악편에서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통해서 사람들의 '심리상태'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는 기회가 주어지고 3부 사법제도편에서는 지금과는 다르게 현저하게 경찰들의 권력이 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4부 문화재편에서는 정말 반가운 간송 전형필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김영사 출판사의 <간송 전형필>을 읽어본 독자가 있다면 아마 이 감동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전형필에 대한 언급이 아주 반가울 것이다. 간송 외에도 우리가 잃어버린 문화재와 되찾아온 문화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진들과 자료들을 접해볼 수 있다. 5부 미디어편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 1577년에 '민간 조보'라고 해서 최초의 관보가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보통 한성순보가 최초의 신문이라고 알고 있을 수 있는데 이 보다도 몇 백년 전에 미디어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웠다. 이렇듯 미디어편에서는 우리 한국 미디어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으며 현재까지 언론계 권력을 주름잡고 있는 조중동의 역사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6부 기차편에서는 조선 최초의 기차와 그 기차와 관련된 사연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주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내용의 깊이만큼은 절대 가볍지 않다. 평소에 쉽게 알지 못했던, 그러나 무척이나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택한 독자들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듯 하다. 게다가 컬러풀한 디자인이 독서의 흥을 더욱 더해주고 챕터 끝자락마다 등장하는 역사토크에서 역시 좀 더 심화된 내용들을 접해볼 수 있어서 역사상식을 쌓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목 그대로 아찔한 신문명이 파고들었던 그 시대의 경성의 풍경을, 경성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니만큼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기를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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