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라는 인간을 소개하자면 참 간사하다고 말해두고 싶다. 모든 것에 비관적이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라는 존재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교묘히 피해 가기 바쁘다. 스무살, 모든 것을 걸어라. 이 책을 보면서도 나의 이 간사함은 또다시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20대 멋진 친구들(못난 사람들을 자기계발서에 등장시키진 않겠지만?)은 말하고 있다. 학점은 중요치 않으니 다양한 활동을 해봐라, 유학을 떠나라, 해외여행을 꼭 해보고 시야를 넓혀라, 봉사활동을 해라, 꿈을 향해 달려라.

 당연히 유학, 해외여행, 다양한 대외활동은 모든 대학생들이 꿈꾸고 도전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충고는 그들에게 따로 듣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들은 이 모든 것을 해냈기 때문에 20대 대학생들의 멘토로서 이 책에 출연했고, 마땅히 멘토로서 충고를 할 수 있고 이런저런 것들을 권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람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비관적이고 간사한 내가 이 책에 불만인 것은 왜 모두 명문대 출신 학생들의 성공담이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계발서에 손이 가게 되고, '스무살이여, 방황하라!'라는 글귀에 더 혹하게 되는 사람들은 바로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지방대 학생들이 아닌가? '지방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이름'이 있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의 대학들은 이름이 따로 없다. 그냥 지방대 라고 부르고 지방대 라고 불린다. 물론 고생한 정도가 덜해서, 철저하게 내가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이지만 사람의 인생이 80년정도 된다치면 대학교 이름 하나로 이렇게 고달프면 남은 60년은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아무튼 이 책을 무심코, 혹은 어떤 희망을 기대하고 집어들었을 학생들은 웬만하면 한숨을 쉬거나 낙담을 했을 것 같다(물론 명문대 학생들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학벌은 중요치 않으니 하고 싶은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해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아무래도 모델들을 잘못 섭외한 듯 싶다. 서울권 대학생들의 우상, 또는 본보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지방대 학생들에게는 '답'이 없는 책인 듯 싶다. 우리도(나도 서울이 아닌 지역의 대학생이다) 봉사활동은 하고, 해외여행은 가고,  유학도 다녀온다. 하지만 이 책의 모델들과 우리가 다른 하나는 그들과 모든 것이 똑같을지라도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좁다는 것이다. 학점은 중요치 않다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기회의 문을 넓혀볼 수 있을까 하고 매달리는 것이 바로 학점,토익이다. 대학이름에 민감하고 수치에 동요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우리들의 유일한 통로는 학점과 토익이 아닌가?

 이런 책이 많이 팔리려면 모델을 다시 써야 한다. [스무살, 모든 것을 걸어라]는 너무 뻔한 스토리, 너무 뻔한 드라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모델들을 세워놓고 "스무살이여 방황하라!"라니. 명문대를 졸업하고 치킨장사를 해서 대박난 사연, 공부를 포기하고 가수의 꿈을 향해 달리는 사연, 혹은 학벌은 좋지 않지만 원하는 꿈을 이룬 사연들의 주인공들만 모아모아서 "스무살이여 방황하라!"라고 해줘야 아~나도 희망이 생기는구나 하지, 명문대 졸업생에 대기업 취업자들 이야기만 보게 되면 누가 희망을 갖고, 누가 방황을 하겠는가.

 어찌됐든 서평을 시작할 때 이미 나는 이야기했다. 난 간사하고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어쩌다보니 이 책을 안좋게 평하게 되었지만 기분이 나빠졌다면 사과라도 해야겠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나를 깎아내리면서 시작했으니 용서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모든 20대를 방황하게 하고, 모든 것을 걸게 하고 싶다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꼭 명예로운 직업이 아니더라도 20대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을 그런 모델들을 섭외해서 다시 책을 만들어보기를 바라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