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라는 제목만 보고 또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구나 하고 미리 짐작해버린 사람들, 아마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은 훌륭하고 길이 추앙받아야 할 일이지만 문학적 요소로 작용하기에는 이제 조금 신선하지 못한 것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일단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이정명 작가의 소설 뿌리깊은 나무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면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 하면 제일 먼저 이 뿌리깊은 나무가 떠오르게 된다. 자연히 이 다음에 탄생하는 동일한 소재의 소설이나 드라마는 반감되어버린 기대치를 떠안고 가야하며, 뿌리깊은 나무와 비교대상이 되면서 이보다 더 '못한' 전개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두 배의 실망감을 안고 완전히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혹은 그 작품이 자연스럽게 잊히는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마도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소재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 하는 작가가 있다면 분명 이 뿌리깊은 나무를 견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손선영 작가의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 아니었다. 게다가 주요인물일거라 예상했던 세종대왕이 주인공도 아니었다. 이 소설 속에서 다양하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인물 둘을 뽑자면 박연과 장영실이다. 이 둘 중에서도 특히 박연이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소설의 시선이나 초점은 대부분 박연에게 맞춰져있고 화자는 작가이지만 인물들이나 사건에 대해서 주로 박연의 눈으로 관찰해나가는 식이었다. 일례로 사투리와 말더듬이 아주 심한 장영실이 왜 서윤 앞에서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표준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지에 대해서 작가 본인이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을 들 수 있겠다. 단지 박연의 시선에서 도대체 장영실에게 왜 저런 현상이 나타날까 궁금해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작가가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책을 읽다보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 있지만 장영실의 입을 통해 그 이유를 직접 들어볼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운이 남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였을까.

 

 

 

 

 말 나온 김에 장영실의 사투리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다. 그 옛날에도 지역적으로 각기 다른 사투리를 썼는지는 살아보지 못해서 확신할 순 없겠으나, 특히 사극에서 실감나는 사투리를 접할때면 색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 황산벌에서는 백제군과 신라군 사이에서 전라도사투리와 경상도사투리로 인해 생겨나는 코믹한 상황들을 그려내어 이전까지의 딱딱한 사극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제대로 발휘해냈었다. 사실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에서나 사극드라마에서 사투리를 접하기는 어려웠고 진지하고 웅장한 분위기인만큼 코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사투리 사용은 반드시 피해야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역사소설에서나 사극에서 사투리를 접하게 되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곤 했다.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에서는 부산이 고향인 장영실이 구수한 부산사투리를 구사한다. 사투리 사용으로 인한 사실적인 표현은 좋았지만, 장영실을 너무 심한 말더듬이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조금 불편했다. 주위 사람들의 천대가 영향을 끼쳤다고는 하나 단어 하나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모습을 그려낸 것은 좀 아니었지 않았나. 부산사투리는 그대로 사용하되 말을 더듬는 행동은 뺐다면 오히려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의 소재는 굉장히 탄탄하다. 명나라의 역사까지 파고드는, 굉장히 스케일이 큰 작품이었다고할까. 무엇보다 우리 조선의 슬픈 역사를 마주하게 되어 마음이 무거웠다. 세자책봉도 명나라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던 조선이라는 나라. 대규모 칙사단이 조선을 찾으면 어김없이 몸을 내놓아야했던 예조 기녀들과 생과방 나인들의 기구한 삶. 명나라의 어이없는 요구에도 모두 따라야했던 약하디 약한 나라 조선. 이렇듯 슬픈 역사는 아무리 접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슬픔과 분노가 무뎌질때도 된 것 같은데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슬픔과 분노는 어찌해야할까. 서빙고 독살사건에는 두 가지의 열쇠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내막 역시 우리 조선이 얼마나 약한 존재로 인식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참담함과 암담함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빅재미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아닐까 싶은데, 이 소설의 아쉬움을 말해보자면 바로 이 긴장감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말했듯이 소재나 그 내용의 짜임은 스케일도 크고 탄탄했지만 그 내용을 긴장감있게 풀어나가는 전개능력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치게끔하는 흡입력이나 독자를 안달나게 하는 그 조바심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의 '표지'다. 나는 이 표지를 처음 딱 접했을 때, 어린이독자들을 위한 역사책이구나 하는 첫인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막상 책소개를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좀 더 어둡고 음산하고 몽환적인 느낌에, 화려한 색감이 많이 사용되지 않은 그런 표지였다면 이 소설의 취지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는 소설이었지만 다른 리뷰어들의 평처럼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가 영화화가 된다면 큰 볼거리가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로만 표현해야 하는 소설이기에 안타까웠던 부분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은 박연이 연주하는 적의 소리를 직접 귀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소설에서는 글로만 등장했던 노래들도 모두 음을 달고서 살아있는 노랫말로 관객들의 귀에 닿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외에도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을 요소들이 많이 산재해있다는 점에서 나 역시 이 소설의 영화화에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미국의 CIA를 단순히 시아이애이로 표기했구나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示芽理埃吏, 조짐을 미리 보고 세속을 다스리는 관리라는 아주 멋진 취지로 탄생한 세종의 정예부대 시아이애이!  말장난을 일삼는 세종대왕, 구수한 부산사투리를 구사하는 장영실, 즉, 조금은 편안하고 친숙하고 색다른 그런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펼쳐들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