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더 잡의 표지에는 지폐다발이 가득 들어있는 서류가방, 막 들어서고 있는 기차와 그 가까이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한 대, 무언가를 감싸 쥐고 있는 커리어우먼, 파란 하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빌딩숲의 한 장면과 서류가방을 든 채 어디론가 추락하고 있는 듯한, 혹은 넘어지고 있는 듯한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 남성으로 보이는 그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일련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림들은 이번 소설의 분위기와 줄거리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올라 있는 빌딩숲은 이 소설의 배경을 말해주고 있다. 배경은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사회가 펼쳐지는 곳,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너를 죽여야만 하는 정글의 법칙이 만연한 곳, 바로 미국의 뉴욕이다. 주인공 네드 앨런은 업계 3위의 컴퓨터 잡지회사에서 광고지국장을 맡고 있는 아주 열정적인 인물로 텔레마케터 일부터 시작해서 뛰어난 세일즈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해온 케이스다. 이 땅의 세일즈맨들은 모두 '乙'의 입장이다. 언제나 아부모드, 비굴모드를 유지해야하며 설령 그들이 '승진'을 한다 할 지라도 할당량의 압박, 甲의 횡포에 대한 압박에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네드 앨런도 마찬가지였다. 부하직원들이 영업에 실패할 경우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영업을 성사시켜야만 했고, 돌연 회사가 매각이 됨으로써 일자리를 잃게된 부하직원들의 걱정과 원망들을 한 몸에 끌어 안아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안기도 하게 된다.

 세일즈맨으로서의 네드 앨런은 아주 '끈질긴 거머리'같은 인물이다.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아주 저돌적으로,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그런 세일즈맨들이 굉장히 귀찮고 성가신 존재일 뿐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역량을 갖고 있는 사원들을 아주 소중한 자산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네드 앨런은 세일즈맨으로서는 합격점일지 몰라도 다른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늘어난 빚에 허덕이면서도 '허세'를 끊지 못하는 부류다. 값비싼 브랜드 옷을 입어야하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그런 허세꾼. 뉴욕에서는 필시 '그래야만'하는 분위기도 있겠지만 그는 뉴욕에서의 삶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컴퓨월드가 매각되면서 일자리를 잃게된 상황, 게다가 폭력전과를 지니고 있는 자로서 그 어디에서도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마당에, 꼭 일자리는 '뉴욕'이여야만 하는 그의 집착증세는 전형적인 허세쟁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그는 남편으로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그의 아내 리지는 남편이 승승장구하는 모습, 많은 돈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원하지 않았다. 리지는 끊임없이 네드에게 힌트를 주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나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고 힘들면 기대라, 하지만 네드는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자존심때문에 아내 리지에게는 그 어떤 것도 털어놓지 않았고 결국 바람을 핀 상황을 들킨 후 리지를 떠나게 만들어버렸다. 울고 불고 매달려도 리지는 돌아보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자신이 처한 위험한 상황, 그동안의 모든 정황들을 진심을 담아 얘기함으로써 리지의 마음을 조금은 돌아서게 만들 수 있었고 리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게 되었다.

  표지 한 가운데에서 어디론가 추락하고 있는 듯한 남성의 모습은 아마 네드 앨런일 것이다. 네드 앨런은 잡지 회사의 광고지국장에서 해고당한 후 계속해서 추락하는 삶을 이어가게 된다. 다시 그 지옥같은 텔레마케터 일을 하면서 할당량에 시달려야했고, 절박한 삶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친구라 생각했던 제리에게 이용당하며 살인용의자로까지 몰려야했다. 표지 오른쪽 위쪽의 기차그림은 피터슨 살해사건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갑의 입장에서 온갖 횡포를 부리던 피터슨. 네드의 동료 이반을 자살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네드와 이반의 취업을 필사적으로 방해했던 피터슨. 그런 피터슨의 살해사건에 네드 자신이 엮이게 되고 이를 빌미로 제리에게 협박당하며 계속 자금운반책 노릇만 해야했던 네드는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듯 보였다. 하지만 아내 리지와 동료 필 시리오, 그리고 은행장 올리버 맥과이어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아내 리지의 '선택'을 기다리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더 잡의 표지 설명에는 '통쾌한 반전'이 있다는 소개가 나오는데, 추리소설에서 기대할만한 그런 깜짝 놀랄만한 반전 정도는 아니고 그저 벼랑 끝에서 간신히 살아남는 정도로 표현하면 되겠다. 아주 흥미진진한 소재는 아니었으나 지루함은 없었고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자주 보이는 오타들은 무조건 아쉬운 점이고! 개인적으로는 네드 앨런이 뉴욕에서의 삶, 자본을 향한 욕심을 과감하게 버리고 아내와 함께 단란한 생활을 해나가는 결말을 기대했는데 아내와의 결말은 열린 결말로 남아버린게 아쉬웠다. 분명 이 소설의 교훈이 있다면 일과 돈에 집착하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하라는 점인 것 같은데 네드 앨런이 보인 행동으로는 이 교훈을 실천했다고 보여주기에는 아주아주 부족했던 것 같다. 먹고 먹히는 정글의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분명 이 소설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단 소설 속 내용일 뿐이지 않고 지금 현재, 이 시대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에 읽으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과연 동료를 짓밟고 살아남은 자들이 진정 승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정글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자들을 실패자라고 낙인찍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