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도 눈 돌리지 않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이상적인 사랑, 이상적인 연인이라는 것도 서로에게만 푹 빠져서 다른 이성은 끼어들 틈이 없는 그런 연인사이의 사랑을 말하는 것일까. 사회적인, 보편적인 사고에 따르면 그러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부부관계에 놓인 연인 중 한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다면 그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악으로 규정되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사이에서 발생하는 불륜 또한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며 사랑의 끝을 맽게 된다. 그런데 만약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 서로에게만 미친듯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이 지구 상에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인간은 아마 1%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이 한 명의 이성에게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주변 경험담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도,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도 연인이 아닌 다른 이성에게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다. 길을 걷다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성에게까지 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 중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책이다. 처음 접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바로 배우 이보영 덕분일 것이다. 강호동씨가 진행했던 한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보영씨가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난 후 한동안 이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 출판계를 강타했다. 내 기억으로는 이보영씨가 소개하기 전까지는 그렇게까지 이 꾸뻬 씨 여행 시리즈가 대한민국에서 인기를 끌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쭉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작품 이름이 뇌리 속에 스며들었고,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이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에도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만큼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작품이 그렇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다소 실망감이 컸다. 아니 실망감이 컸다기 보다는 내가 이런 류의 소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개인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나와는 달리 아주 재밌게 읽었을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아마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작품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소재는 참신하다면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에서 옥시토신을 발생하게 해서 사랑의 감정을 피어오르게 할 수 있는 신비의 묘약을 개발 중인 코르모랑 교수를 찾아나서는 꾸뻬의 여행 이야기다. 꾸뻬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인 클라라가 있다. 그러던 중 코르모랑 교수가 개발했다는 그 사랑의 묘약을 바일라라는 여성과 함께 복용하고 나서부터 꾸뻬는 바일라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서 클라라가 완벽하게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바일라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랑이 '약효'때문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클라라라는 존재로부터 죄의식과 분노, 자기비하를 하게되는 자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신비의 묘약은 일본의 인구증산정책을 위해서도,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용되고자 했다. 코르모랑의 이 사랑의 묘약을 쟁취하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암투전개를 다루기도 했으나 뭔가 그 전개에 허술한 부분이 많았고, 긴장감도 없었으며 다음 내용에 대한 호기심 유발도 약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소설이 그러한 재미를 위한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결국 꾸뻬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하는 그 신약을 강물에 던져버림으로써 '사랑의 자유'를 더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약을 버린 그의 행위가 사귀는 연인을 놔두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유혹하고 다닐 자유를 추구했음을 의미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서 약을 이용하고 그에 의존한다는 것은 어쩐지 말이 되지 않는다. 꾸뻬와 바일라가 먹은 약은 플라시보, 즉 가짜약이었기 때문에 그 두 사람은 약효와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이고, 마지막에 클라라에게 우린 서로 사랑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고 말한 꾸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포기할 줄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꾸뻬는 바일라와의 여행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하나씩 깨달으며 독자들에게 그것을 알려준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 그리고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감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을 통해서는 어떤 깊은 감동을 받을 수는 없었다. 배우 이보영이 추천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읽어볼 참이다. 꾸뻬 씨의 사랑 여행 마지막 부분에서도 언급되는 그 행복 여행은 어떠했고, 또 꾸뻬가 어떤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발견했는지도 궁금하다.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흔들리고 있는 연인'들이 읽으면 좋을 책 같다. 왠지 나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터라, 그리고 꾸뻬가 느낀 그 흔들림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도 아닌지라 이 책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