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고 드라마 학교 2013도 보고싶어졌다. 사실 학교 2013이 한참 방영중일 때, 나는 이 드라마가 그닥 끌리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꽤 됐고 그저 아이들 이야기가 뻔하겠거니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중학생일 때였던가? 그때는 드라마 학교시리즈를 너무나도 재밌게 봤었다. 특히 학교2는 다시 본다해도 그때처럼 푹 빠져들 것 같은 드라마인데, 김민희, 하지원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넘쳐났었고, 매 회 에피소드도 탄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이 학교시리즈를 안 보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우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우리들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지금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2013이라는 드라마 안에서 어떠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힘들었을테지만, 지금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학교2013이라는 드라마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게다가 모델같은(!) 남자연예인들이 꽤 많이 나왔으니 특히나 여성시청자들을 확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드마라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20대를 훌쩍 넘어 후반을 달리고 있는 나도, 이 『학교2013』 소설을 읽고나니 별로 보기 싫었던 그 드라마가 보고싶어졌다. 소설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라마 학교2013을 소설편으로 써낸 안재경이라는 작가도 알고싶어졌다. 물론 주요 에피소드야 드라마 각본 그대로 써내려갔을테지만, 안재경 작가의 그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문체가 정말 좋았다. 소설의 분위기가 은은하다고 해야할까? 은은함과 설렘이 가득한 그런 소설... 정말 딱 10대들의 감성을 잘 나타내주었고, 읽고 있는 나 역시도 10대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글'로써만 가능한, 즉 드라마 상에서는 대사 없이 연기자들의 표정으로만 표현이 가능한 인물들의 속마음과 감정이 안재경 작가의 멋지고 아름다운 표현들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고 빛이 났다. 전혀 관심 밖이었던 드라마 학교2013이 갑자기 보고싶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바로 안재경 작가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 드라마 학교2013 애청자였던 독자들도 소설 학교2013에 크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출판사 북하우스의 서비스에도 학교2013 애청자들의 환호성이 쏟아질 것 같다. 일단 학교2013 명장면과 명대사를 모아놓은 포토북도 증정하고, 거의 모든 출연진들의 친필사인이 새겨진 카드도 들어있다.

 

[소설 학교2013을 구입하면 제공되는 학교2013 포토북과 사인카드]

 

 

 학교2013의 주요 인물은 딱 한 사람이 아니다. 드라마는 안 봐서 모르겠으나 소설에서만큼은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처음에는 고남순이 주인공이라 생각했으나 소설 1,2권을 다 읽고난 지금은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골고루 분배했고 발생하는 갈등들을 해결하는 인물도 늘 같지 않았다. 한 번은 고남순이, 한 번은 정인재가, 한 번은 강세찬이, 한 번은 흥수가, 또 한 번은 정호가..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한 번씩은 갈등의 해결사로 나선 듯하다. 그래서 좋았다. 몇몇 인물에게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한 번씩은 메인으로 내세워주는 것!

 

 그래도 특히 비중이 높은 주요 인물들과 사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고남순과 박흥수의 갈등과 그들이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정인재의 교육철학과 흔들리는 정인재를 붙잡아주는 강세찬, 그리고 정인재와 강세찬이 오정호에게 다가가는 방식 정도가 이 소설의 핵심이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연인사이를 방불케하는 고남순과 박흥수의 진한 우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흥수를 대할 수 밖에 없는 남순과, 애증으로 남순을 대할 수 밖에 없었던 흥수의 그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어머니의 압박에 괴로워하던 민기가 학교 옥상에서 자살을 하려는 마음을 품었을 때, 민기를 막으려고 숨차게 달려올라온 정인재에게 민기가 했던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면서요. 저 지금 그냥 흔들리고 있는 중인 거, 맞죠? 선생님도, 그냥 흔들리고 계신 거죠?"

 - 학교2013 2권 137p 중에서 -

 

 정인재가 수업시간에 읊은 시의 내용을 기억하고 민기가 하는 말이다. 비록 민기의 말이지만 이 말 안에는 정인재의 복잡한 감정까지도 여실히 느껴지고 있다. 제자의 저 말을 듣는 스승의 마음은 정말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눈에 밟히는 학생들을 놔두고 학교를 떠나기가 무척이나 괴로웠던 정인재로서는, 그냥 흔들리고 계신거죠? 라는 질문에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마 민기의 이 말을 듣고 학교를 떠나지 말아야겠다, 라는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정인재가 떠나버리면 민기도 '희망'을 놓아버릴테니까 말이다. 이외에도 정인재가 학생들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려는 행동들은 정말 '이상적'이었다. 요즘도 저런 선생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언제부턴가 우리 학교에서 사라져버린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강세찬도 정인재를 보면서, 자신이 바랐던, 자신이 되고자 했던 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을 봤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흔들리는 정인재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붙잡고자 했던 강세찬이었다. 하지만 현실사회에서는 정인재가 '최고'의 선생님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1등을 요구하고, 명문대만 추구하는 현실에서는 절대 정인재가 으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나는 정인재같은 선생님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정인재와 같은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 나도 정인재같은 담임을 만났더라면 꿈에 대해서 소극적이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정인재를 통해서 선생님이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끝까지 놓지 않는다면 결국 엇나가버린 학생들도 제자리를 찾게 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포기했던 오정호도 정인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건 교육방식은 다르지만 강세찬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오정호는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것이었고, 세찬에게 걱정하지 마라, 나쁘게는 안 살겠다, 라고 말하면서 대단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정호의 태도가 바뀔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의 우정 덕분이기도 하지만.

 

  2013년의 현실에서 소위 일진이라고 하는 학생들은 드라마에서보다 10배는 더 심각하게 엇나가 있을 것이다. 마음 여린 정인재같은 담임이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도 끝까지 자신들을 놓지 않는 선생님,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이 학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충분히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기만 하는 선생님이 아닌, 학생들이 가야할 방향을 가리켜주고 꿈을 이끌어내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존재한다면, 학생들에게 학교는 그저 감옥으로만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학교2013은  바람직한 우정이 무엇인지도 잘 보여주었다. 친구가 엇나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내게 감동을 준 소설 학교2013. 갑자기 이 드라마에 관심조차 안 가졌던 내가 원망스러워진다. 얼른 드라마 학교 2013도 챙겨봐야겠다.

 

학교2013, 안재경, 북하우스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