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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을 소재로 한 스테디셀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실제로 존재하는 독일의 알텐하인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예상치 못하게 대성공을 거두면서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이 지역까지 단박에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가 40대의 '평범한' 주부로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작품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선사한다.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뿜어 내는 이 스토리는 30주 연속 판매순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매력은 내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도 통했으며 스테디셀러로서 각종 온라인 및 오프라인서점 베스트셀러 도서 명단에서 꾸준히 그 이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목에 백설공주가 들어있다고 해서 이 소설이 마치 동화같은 느낌을 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추악한 본성을 목격하게 될 뿐이다. 그 추악한 본성의 피해자로서 10년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살다 나온 '토비아스 자토리우스'가 자신이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 원인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알텐하인으로 돌아오면서 이 마을의 비극은 다시 시작된다. 11년 전, 토비와 연인관계였던 두 여자 로라와 스테파니가 살해됐고 그 시체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마을사람들의 진술과 명확한 증거들이 범인이 토비아스임을 지목하고 있었고 토비아스의 알리바이 역시 그가 범인임을 더욱 확신시켰다. 하지만 토비아스가 억울한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기억도 나지 않는 자신의 살인사건으로 잘 나가던 아버지의 사업은 문을 닫았고 자토리우스 부부는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처럼 한 가정의 인생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킨 그 살인사건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이 살인사건의 비밀은 어찌 보면 초반부터 다 집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독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그런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사건의 범인이 누구게?라며 독자들을 조롱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아마도 인간의 더러운 본성을 폭로하고자 이 글을 썼을 것이라 생각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이 사건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있다. 한 사람이 저지른 짓이 아닌 아주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의 이해관계를 따져 이 사건을 이용했다. 토비아스에게는 얼마나 비참하고 억울한 일인가. 정말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 비단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나의 인생, 내 자식의 인생을 위해서라면 한 개인의 인생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알텐하인 마을 사람들을 비롯하여 토비아스의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까지..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는 보덴슈타인이다. 보덴슈타인은 어찌보면 이 소설의 주축이 되는 사건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부인의 외도로 힘들어하는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이 보덴슈타인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부인의 외도가 당연해보이기까지 하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마주치는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일쑤였고 부인의 외도를 알고난 후 오히려 자유를 느끼며 해방감을 찾게 되는 그가 행복해보이기도 하지만 한 여자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백설공주의 죽음과는 무관한 스토리라 보덴슈타인의 에피소드는 등장할때마다 소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었으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의 내면은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허점을 지적하자면 바로 '아멜리'라는 캐릭터다. 백설공주인 스테파니와 너무나도 닮은 외모, 그리고 11년 전 그 사건을 밝혀내면서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을 사람들을 다시금 비극을 저지르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스테파니와 닮은 외모라는 소재가 살짝 아쉽다. 사실 스테파니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라 해서 스테파니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봤는데 결론은 스테파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었고 게다가 토비아스와 애정관계로 그렸다는 점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아멜리는 이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토비아스의 비극의 실체, 알텐하인 마을사람들의 진실을 이끌어 낸 인물이니까.

명예와 부를 향한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재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추적자나 현재 마지막화를 남겨두고 있는 유령도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여실히 폭로해주었듯이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인간의 욕심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500여 페이지의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히는 재미와 결론에 대한 궁금증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소설! 평범한 주부에서 일약 베스트셀러 스타작가로 부상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다음 작품 역시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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