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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BS드라마 추적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우들의 감동적인 명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정계와 재계 인물들의 무시무시한 야욕과 그들이 행사하는 소름 끼치는 권력을 다루는 주제가 특히나 시청자들의 관심과 몰입도를 증폭시켜주고 있다. 추적자의 주인공 백홍석은 딸과 부인을 모두 잃고 거대한 권력과 싸우고 있지만 그의 곁에는 늘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시청자인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장 친한 친구와 그를 옆에서 항상 지켜주고 응원해주던 경찰동료까지도 돈에 매수되어 그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역시나 의리와 충심을 올곧게 지키기란 이리도 어려운 것임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껴볼 수 있었다.

돈과 권력 앞에서 이렇듯 변절과 배신이 난무하는 세상은 우리 한국의 국사 속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극심했던 시기를 꼽아보자면 한국의 근대사를 말하고 싶은데, 그 시작 즈음은 을사늑약을 주도한 당사자들인 을사오적이 활동하던 때로 보고 싶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근대사를 공부하는 도중에 답답하고 억울해서 쌍욕이 튀어나와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조선을 강제병합하여 비인간적인 정책으로 우리 국민들을 괴롭힌 일본에 대한 화도 치밀어 오르지만, 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대상은 바로 을사오적과 같은 매국노들이다. 출판사 역사의 아침 신간인 이덕일 저자의 <근대를 말하다>는 바로 조선이 일본에 강제병합되는 그 시기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까지 다루고 있는데 친일파들의 안면몰수적인 매국행위들을 읽는 대목에서는 역시나 화를 참을 수 없고 심지어 눈물까지 날 뻔 했다. 이완용을 포함한 을사오적과, 송병준을 포함한 일진회의 매국경쟁은 참으로 감동적일 지경이었다.

이덕일은 고종의 이중적인 태도 역시 나라를 잃게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는데 물론 고종의 안일함에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자신의 무력함과 초라함에 대해 가졌을 심정을 상상해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신하인 이완용이 칼까지 겨누며 자신에게 협박해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었을 이상설과 이준의 헤이그특사작전이 성공하기만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자신의 부인이 일본인들에게 처참하게 시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국왕이라는 평가를 받아와야만 했던 고종은 독살설에 휘말리며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조선 국민들의 분노를 들끓게 만들어 기미년 3.1운동의 씨앗이 되어 주었고 만세운동의 결과로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가 국내외로 번지면서 헌병경찰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성과도 낳을 수 있었다.

<근대를 말하다>는 "1장 망국의 몇 가지 풍경"을 통해 위에서 언급한 고종의 이중외교 및 을사늑약을 포함하여 조선이 일본에 강제병합되는 과정을 들려주고 2장 "절망을 넘어서"를 통해서는 이상설, 이회영일가를 포함한 독립운동가들이 망명하여 학교를 세우는 등의 독립운동의 준비단계를 보여주며 3장 "식민통치구조"에서는 헌병경찰제도와 토지조사사업과 같은 비정상적인 구조의 식민통치행태를 들려주며 4장 "운동의 시대"에서는 3.1운동의 발단과 그 과정을, 5장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통해서는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과정과 함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두 이념의 충돌로 인한 임시정부의 내분까지 다루며, 마지막 6장 "만주의 삼부"에서는 홍범도, 김좌진의 봉오동-청산리전투를 포함한 만주사변 직전까지를 들려준다.

이덕일 저자의 역사저서들은 방대한 자료연구를 통한 심도있는 분석으로 많은 열혈독자층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덕일 저자가 쓴 책이라면 무작정 신뢰부터 간다고나 할까. 이번 신간 <근대를 말하다>역시 많은 인용구를 삽입하여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인 노력이 보이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혹은 관심을 가지지 않아 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자세히 다룬 흔적도 보인다. 물론 이 시기의 사건들과 인물들을 주도면밀하게 모두 다룬 것도 아니고 시기를 광범위하게 잡은 것도 아니지만 독자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사실만은 충분히 다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신간이 베스트셀러에 반드시 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은 대한민국 필독도서로 선정이 되든지. 한국사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사그러들고 있다. 국사보다는 남의 나라 언어인 영어를 더 중요시하는 풍토, 국사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지루하다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국민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두렵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서든지 역사를 유리하게 바꿔치기하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벼들고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들은 우리네 지친 삶을 달래기도 버거워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역사에 또 한 번 '뺏김'을 기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근대를 말하다>와 같은 역사서들이 전국민적인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아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으면 하고, 덩달아 현재진행중인 동북공정이나 독도문제 등과 같은 현실문제에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참여가 이뤄지는 결과를 낳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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