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깊은 곳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마치 다른 나라처럼 보이면서, 도시의 그 어떤 시끄러운 소음 하나 들려오지 않은 채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사각거림만이 내 귓 가에 전해져 올 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홀로 서 있는 이 곳이 저기 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보다 외롭지 않구나. 그리고는 보았다. 그 누구도 높은 산 까지 올라와 물을 주거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하늘을 뚫을 듯이 성장하고 있는 나무들과 먹이를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연명해나가는 작은 생물들을. 그리고 부러웠했다. 여기 있는 산과, 여기 있는 나무들과, 여기 있는 생물들이 결코 인간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인간보다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이렇게 산행을 할 때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도시라는 삶 속에서 데리고 왔던 많은 고민들과 걱정들과 피로들이 이 곳 산 속에서 치유됨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산행을 좋아한다. 주위에서는 젊은 여자 혼자 산에 올라가면 위험하다, 겁도 없다, 혹은 미쳤다라고들 하지만, 나는 값비싼 등산복에 등산화를 챙겨신는 허세를 부리기 보다는 도시에서 입고 지내던 트레이닝복만 입고 언제든 더우면 반팔차림이 될 수 있을 상태로 산을 오르는 것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신발에 양말까지 벗어 손에 든 채 맨발로 흙을 밟으며 오르내리는 것 역시 따가운 시선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숲에서 온 편지>의 저자가 그렇게나 부러울 수 없었다. 저자는 도시에서의 삶을 살다가 숲 속에 산방을 지어놓고 숲 속에 있는 모든 생물들과 친구가 되며, 또 그 자연으로부터 삶의 진리와 교훈도 깨우치고 있다. 무엇보다 나체로 숲 속길을 걷는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대목에서는 이미 자연과 일체가 되어 가고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강아지도, 작은 개미 한 마리도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무, 풀 잎 하나, 작은 돌멩이 하나도 인간에게 말을 건네온다는 것을. 그리고 인간보다도 고된 역경을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이 믿을 수 없이 뛰어나기에 경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숲에서 온 편지는 저자가 도시에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숲 속의 생명들에게서 배운 삶의 교훈도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으며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의 실천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성장하도록 나무를 가꾸는 모습에서는 <기적의 사과>에 나오는 농부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적의 사과의 주인공인 농부는 사과농사를 하는데 있어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맛있는 사과를 수확하는 법을 7년의 실패를 거듭하고 깨우치게 된다. 사과를 수확하는데 꽤 오랜 기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농부는 고집을 버리지 않는데 이는 숲에서 온 편지의 저자와도 그 의도가 유사할 것이다. 나 역시 자연스러움을 선호한다. 돌봐주는 이 하나 없음에도 가장 멋지고, 가장 튼튼하게 자라는 산 속의 나무들이 나와 같이 산행을 나온 사람들에게 마음의 치유까지 선물해주니 더욱 경외롭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백오산방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도시에 살고 있는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제공할 수 있을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언젠가 한 번 가게 된다면 나는 꼭 '산'과 '바다', 그리고 '바다소리'와 '자자'를 꼭 만나고 싶다. 이들은 저자가 키우고 있는, 아니 키우고 있다기 보다는 함께 살고 있는 개들이다. '바다'가 덫에 걸려 발을 다쳤을 때, '자자'가 '산'에게 물려 척추가 망가졌을 때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웠다. 좀 오바스럽긴 하지만 동물중에서도 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이 개들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와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강아지들 뿐 만 아니라 저자가 보호하고 있는 꿀벌들과, 매실나무, 그리고 각종 나물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니 꼭 놓치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생생한 사진이 적은게 많이 안타깝긴 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문체와 글에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푸름이 너무나도 좋은 책이다. 숲에서의 삶이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닐테지만 숲 속의 생명들처럼 어떠한 역경도 스스로 견뎌내는 지혜를 터득해나가고 있는 저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숲에서 온 편지>를 당장 전해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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