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는 '나'로 시작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너'는, '그'는, '당신'은 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어떤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처음엔 화자가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이야기가 흘러감에 따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가 누구인지, 작가가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야기는 자식들을 보기 위해 상경한 엄마가 지하철역에서 남편을 놓치게 되면서, 아니 남편이 늘 그랬던것처럼 아내보다 더 빨리 걸으면서, 지하철을 혼자 타버리게 되고 한 정거장이 흘러서야 비로소 아내가 자신 곁에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면서 시작된다. 첫번째 챕터에서의 '너'는 작가일을 하는 딸을 말한다. 여기서 화자는 엄마를 찾는 '너'의 행위뿐아니라 '너'의 마음까지도 자세히 말해준다. 두번째 챕터의 '그'와 세번째의 '당신' 역시 엄마와 아내를 잃은 아들과 남편의 심정을 화자가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 화자가 누구였는지 독자들이 알 수 있게 되고, 이 화자가 어떤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라는 존재는 늘 변함이 없는 듯 하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엄마라고 불리우게 되면서부터는 '나'를 버리고 오직 가족들을 위해 일만 하는 그런 희생적인 이미지. 엄마는 부엌이었고 부엌은 엄마였다, 이 말이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내가 부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저녁에 설거지 한번. 내가 부엌을 가는 이유라고는 '당연히 되어 있어야 할' 식사메뉴를 확인하러 가거나, 무의식적으로 열어보게되는 냉장고를 찾을 때 뿐이다. 새벽에 누구보다 먼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지을 때, 난 한번이라도 엄마를 돕거나 그게 아니면 말동무라도 되어준 적이 있었던가? 엄마가 아니라면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들로 가득한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이며 빨래를 하고, 널고, 걷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엄마라는 사람은 천하무적에다가 몸이 열 개라도  되는 냥 묵묵히, 그리고 당연히, 우리가 하지 않는 것들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히 그게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어찌나 나의 엄마를 보는 것 같던지..엄마라는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 엄마가 얼마나 우리들에게 큰 존재인지, 얼마나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의 엄마에게도 <엄마를부탁해>를 손에 쥐어주며 꼭 읽어보라고 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딸로서 엄마의 짐을 덜어드릴테니 엄마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씩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나의 메세지를 알아주기를 바라며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런데 엄마는 이런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꼭 너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엄마 역시 엄마로서 우리를 위해 희생해왔던 것들을 생각했기 보다는 엄마의 엄마, 즉 나의 외할머니를 떠올린 것이다. 엄마 역시 외할머니의 희생적인 삶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고 가슴 한 구석이 턱 막히는 그 느낌을 받았으리라.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지금 나의 엄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의 엄마처럼 나를 버리고 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헌신적인 삶을 이겨낼 수 있을까? 매일 엄마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만 하는 나인데, 아직도 1살짜리 아기처럼 엄마없인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과연 내가 '엄마'라는 사람을 떠나서, '엄마'라는 사람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꼭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그래서 후회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져버리는 그 때가 오기전에 바로 오늘, 나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엄마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엄마를 사랑해♥

 

엄마를부탁해, 신경숙, 엄마를부탁해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