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디자인부터 독자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우행록! 비채 출판사의 열렬한 팬이라면 우행록을 아주 목빠지게 기다렸을 것이다. 간절하게 기다려 온 만큼 우행록에 거는 기대도 클 것이거니와, 미리 우행록을 읽은 사람으로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스토리구성과 전개, 그리고 추리소설의 묘미인 대반전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사실 남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는 애절한 연애스토리 소설을 읽으며 가슴 설레고 눈물 흘릴 때, 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스릴러 소설을 읽으며 에필로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나 스스로 꼭 범인을 밝혀내보겠다고 열을 올리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 어둡고 암울한 책을 읽냐며 빈정댔지만, 그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추리소설이 얼마나 심장이 뛰고 가슴 설레는지를!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다 읽어야만 진실을 알 수 있는 피말리는 그 전개가 얼마나 독자들의 가슴을 애태우고 안달나게 하는지를! 연애소설 못지 않게 추리소설에도 가슴 따뜻한 가족간의, 연인간의, 동료간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얼른 친구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한번 추리소설에 빠져들게 되면 그 피말리는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행록은 여타 추리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내용전개가 인상깊다. 저자가 보따리를 조금씩 풀어나가며 스토리를 들려주기보다는, 다시 말해서 보통의 소설처럼 저자가 1인칭이나 3인칭 관점을 써서 등장인물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기 보다는,  한 르포라이터(등장인물)가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모태로 책을 만들기 위해, 피해자와 친분이 있었던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 한 내용의 녹취록을 들려주는 형식이라고 하면 될려나? 즉,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저자가 아니라 각기 다른 여러명의 인터뷰 대상자이고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대화체'로만 되어 있다는 것이 우행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야하며, 그들이 말하는 정보만으로 독자들은 사건의 실마리를 예측해야만 한다. 물론 한 사람의 인터뷰가 끝나면 한 소녀의 모놀로그가 어김없이 등장하며 그 소녀가 과연 누구이고,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게 되며, 범인을 찾는데 강력한 실마리를 제공할 듯하면서도 이리저리 혼란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우행록에도 역시나 반전은 있었다. 머리를 굴려가며 범인을 예측해보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저자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였는가보다도 더 뒷목을 치는 대반전이 숨어있었다. 전혀 건드릴 생각도 없었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분에서 반전이 있었다. 역시 이런 반전의 반전이 있는 매력이 있기에 추리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고 싶은 한가지는, 우행록이 단순히 범죄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흔한 일이 되어버린 친족범죄, 불륜, 그리고 가족들간 무관심의 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도 속시원하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안타깝고 슬픈 아련함이 몰려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우리 대한민국 사회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지금의 우리 사회 모습들이 하나의 우행(愚行)록에 지나지 않는건 아닌지 .. 무언가 가슴에 턱 막히는 듯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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