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동물원에서 인간의 손에 길러지는 아기사자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와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하는 애교만점 행동들을 보면서 아기사자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두번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자는 사자다. 본래 사자들이 갖고 태어나는 본성은 태어나자마자 사람손으로 길러진다한들 쉽게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기사자들은 자신에게 먹잇감을 주는 사람들을 잘 따를테지만 몸집이 커지고 점점 자라게 되면 인간을 공격할 것이고, 보살펴주던 주인의 얼굴도 기억못한 채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 것이라고.

 

한국에서는 집에서 사자를 키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명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사자나 호랑이, 코끼리 등 야생 본성이 남아 있는 동물들은 절대 가정에서 기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아기일때에는 통제가 쉬울 것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지는 그들을 평생 집에서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크리스티앙"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티앙이 존과 에이스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보낸 삶이 아마 크리스티앙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존과 에이스가 아닌 다른 나쁜 의도를 가진 주인을 만났다면 아마 우리는 크리스티앙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도 만나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진심어린 사랑으로 크리스티앙을 보살핀 존과 에이스. 그리고 그런 존과 에이스를 이해해주고 크리스티앙을 진심으로 좋아해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크리스티앙은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 속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자랄 수 있었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티앙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아프리카에 도착해 그 삶에 적응해나가는 크리스티앙의 모습은 실로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사실, 동물원 우리속에서 갇혀 지내는 수많은 동물들, 인간 조련사에게 호되게 맞아가며 인간들을 기쁘게 해주어야 하는 숙명을 떠안은 채 살아가는 서커스단 동물들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위험이 도사리는 야생에서 안전하게 격리된 우리속에서 힘들게 사냥하지 않아도 먹잇감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그 철장속이 과연 그들에게 행복한 삶의 공간일 수 있을까?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를 억압받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보상받길 원한다. 자유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가보다. 아마도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들에게 조종받으며, 인간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자기의 몸을 희생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크리스티앙처럼 야생으로 돌아가는 훈련을 받고, 야생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으면 얼마나 좋을까? 야생의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인간을 무자비하게 죽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도 우리 인간만의 공간이 있고 자유가 있고 삶이 있듯이 그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티앙은 존과 에이스, 그리고 많은 좋은사람들을 만나 야생으로 돌아가 자신의 터전을 만들어나갔기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았으리라.

 

존과 에이스, 그리고 크리스티앙이 재회하는 모습이 담긴 유투브 동영상이 큰 히트를 쳤다고 한다. 아까 얘기했듯이 사자는 자신을 길러주던 주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이 존과 에이스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며 느꼈을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인간의 언어를 하지 못하는 동물과, 동물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 사이의 교감이 실로 대단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감동은 "크리스티앙"이라는 책으로도 출판되었고, 이 책 덕분에 독자들이 '사자'에 대해 갖는 편견을 바로잡고, 사자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속에 갇혀 지내는 야생 동물들을 자유의 공간으로, 그들의 본 고향인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