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2페이지. 두껍다면 두꺼울 수 있는 양의 책. 이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으려나 처음부터 걱정인 사람이라면 딱 첫 페이지만 읽어봐도 '어라? 이거 왠지 재밌겠는데? 읽는 데 오래걸리지 않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니 얼른 이 필요없는 걱정은 접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절대 나의 이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 책을 읽는 도중  한시도 책에서 눈과 손을 떼지 않고 무언가의 마력에 이끌리듯이 책을 읽어 대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마지막 장에서 더이상은 앨리스(주인공)의  이야기를 듣지 못함을 아쉬워 하고 있는 자신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퍼스트 레이디의 이 핑크빛 마력(책 표지 분위기도 핑크빛이지만 내용 역시 마음을 설레게 할 핑크빛으로 가득하기에 핑크빛 마력이라 표현하고 싶었다)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을 더욱 강하게 흔들어 놓을 것 같다. 작가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문체에 더해 마치 내가 주인공 앨리스가 된 거 같은 마냥 깜짝 놀라기도 했다가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실실 웃게도 만들 수 있는 그런 핑크빛 마력의 덫에 걸리고 싶은 여성분들은 아마도 빨리 '퍼스트 레이디'를 집어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따뜻한 봄햇살의 설렘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책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핑크빛 로맨스, 설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앨리스는 어릴 적부터 순수하게 사랑해오던 소중한 한 남자(앤드류)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되고, 이 비극이 앨리스의 삶을 계속해서 괴롭히게 된다. 이 뿐 아니라 앨리스에게 닥치는 시련은 제일 믿고 따르던 할머니의 비밀스런 연애 목격, 그리고 자신의 낙태로 계속 이어지면서 앨리스의 삶은 이대로 비극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을 졸이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후에 앨리스의 이 모든 시련을 감싸 안아주는 남편 찰리를 만나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완벽한 사랑(남들의 시선에서 볼 때에는)을 하게 되지만 찰리와의 관계에서도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이처럼 '퍼스트레이디' 속에는 사랑도 있지만 시련 역시 존재한다. 사랑을 하고, 시련을 겪고, 그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여성의 마음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여성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인 만큼 요즘 자신이 나약해졌다고 느끼거나 생활에 톡 쏘는 활력소가 없다 싶은 여성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마 이 책이 그녀들에게 소소한 설렘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앤드류의 죽음에 슬퍼하다가 원치 않는 임신까지 해버리는 나약함을 보였던 앨리스가  찰리의 아내가 된 후 정치인의 길을 택한 남편을 내조하고, 또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게 되는 강하고 당찬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순간에는 나 자신까지도 뿌듯해지고, 알 수 없는 힘(!)이 생겨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앨리스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앨리스에게 빠져든 우리 독자들의 끊임없는 응원의 목소리의 힘도 무시못하지 않을까?^^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는 공지영의 대표적 소설]

 

여성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로 '공지영'을 빼놓을 수 없겠다. 퍼스트레이디를 읽으면서 마치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심리를 기가막히게 묘사하고, 또 여성들이 빠져들 수 있는 부드럽고 은은한 문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작가 커티스 시튼펠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강력한 마력을 지닌 것 까지도 닮은 듯 하다. 특히 공지영의 소설 중에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책이 퍼스트레이디와 아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여성의 나약함을 묘사한 부분, 그리고 시련을 극복하는 부분들이 퍼스트레이디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두 작품이 꼭 닮았다. 공지영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퍼스트 레이디', 이 책 역시 집안 살림 다 팽개쳐두고 오직 책만 붙들고 있게 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다!

 

김영사신간, 퍼스트레이디, 퍼스트레이디서평, 공지영,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