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통해 주문했는데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빌려가는 바람에 이제 보게 되었네요. 플래닛미디어에서 나온 "아틀라스" 시리즈 중 하나로 본격적인 전쟁사 서적이라기보다 항공기 아트 매니아들을 위한 책입니다. 발간된지 거의 2년이 다 되었으니 아마 항공전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씩 보셨을 겁니다.(특히 쿵디담님이라면..^^)

 

책 사이즈가 거의 A4급입니다. 분량은 220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크고 무거워서 편하게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출판물 사이즈라면 이런 큼직큼직한 사진과 지도를 실을 수 없겠죠.

 

1차 대전 발발 당시 유럽 주요 국가들의 항공기 보유 대수를 큰 지도와 함께 실고 있습니다.

 

이건 1943년 9월 이탈리아 전선에서의 연합군의 항공작전 화보.

 

책은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했을 때부터 1차대전, 2차대전, 한국전쟁, 중동전쟁, 포클랜드 전쟁, 걸프전과 최근의 아프간 전쟁에서의 항공작전까지 주요 항공전사를 중심으로 항공기의 발달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부터 "상세한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지도와 사진이 대부분이고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디테일하지는 못합니다.

 

중일전쟁에 대한 내용은 이렇게 한페이지도 채 안되는 분량으로 끝입니다. 중국전선에서의 공중전은 2차대전이나 태평양전쟁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중국은 독일이나 미국, 이탈리아 등의 도움으로 소규모 나마 항공기 생산 및 수리 공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1937년 8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이어진 공중전에서 완패했다"라는 설명과 달리, 중국공군은 개전 이후 소련의 원조를 받아가며 계속 저항했으며 일본 폭격기들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1940년 중엽 제로기가 등장하여 중국공군의 전투기들을 압도하면서 비로소 일본은 중국공군을 90% 이상 제압합니다. 적은 분량에다 많은 항공 역사를 다루려고 하다보니 각각의 설명은 너무 빈약합니다.

 

커티스 르메이의 대한 설명에서 "제8공군의 폭격사단을 지휘했다"라고 나오는데, 보다 상세하게 말한다면 B-17로 구성된 전술폭격그룹인 제 305 폭격항공대(305th Bomb Group)를 지휘하다 1943년 9월 제8공군이 창설되면서 전략폭격그룹인 제3폭격사단(3d Bombardment Division)의 사령관이 되었죠. 그는 항공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의 한명인데 설명이 너무 간략한듯.

 

특히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내용상의 오류나 번역이 어색한 부분도 자주 눈에 띄는군요. 아르헨티나 조종사들의 공격은 대부분 실패했는데 앞에는 "성공했다"라고 하고 바로 뒤에는 "대부분 격추시켰다"라고 하니 번역한 다음 제대로 안 읽어보신듯. 역자가 한사람도 아니고 무려 세분께서 공동으로 하셨는데 이런게 왜 눈에 안 띄였을까요.

 

항공 아트에 관심있는 매니아라면 흥미로울 수는 있겠지만 무려 4만원에 달하는 가격 대비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나 싶네요. 단지 옛날 사진만 실고 있을뿐(대부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막상 전투기에 대한 제원이나 자료도 별로 없습니다. 내용도 빈약한데다 딱히 흥미로운 공중전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에 나온 임상민씨의 "전투기의 이해"라던가, 쿵디담님의 블로그나 "불타는 하늘" 사이트에 들어가는게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