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뭔가를 배우는 것을 흔히 "공부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공부"는 장인 工자에 사내 夫자를 써서 "工夫"인데 우리말로 하면 일하는 사내라는 뜻일뿐 그 말 자체에는 무엇을 배운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배우고 익히기 때문에 "學習"이라고 하는 것과는 다르죠. 원래는 불교에서 나온 단어로서, "불도를 닦는다"라는 "做工夫"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 "공부궁리"라는 책은 간단하게 말해서 "학습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전공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이면서 대학원은 행정학을 전공했으며 방통대에서 영문학도 공부했습니다. 미국 유학에서는 경제학으로 석, 박사까지 취득했습니다. 보통은 한 우물을 파는 법인데 정말 이것저것 공부했으니 저자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 한가지 배움도 하기 힘든 우리같은 일반인으로서는 그 머리와 노력에 대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그런 지식의 대단함이 이 책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느낌입니다.

 

흔히 "요점만 간단히"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뭔가를 설명하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할때는 장황하게 온갖 미사려구와 화려한 수사를 써서 설명하는 것보다 최대한 간단명료한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상대의 공감을 얻기에도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너무 많은 얘기를 한꺼번에 읽는 이에게 전달하려다보니 되려 요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누구나 당연하게 아는 사실조차도 저자는 공자에 불경에 무슨 교수가 했던 말까지 장황하게 갖다 붙이다보니 책이 불필요할 정도로 어려워졌습니다. 이래서는 솔직히 자신의 지식 자랑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책에서 제1장과 제2장은 "공부란 무엇인가"를, 그리고 제3장과 제4장에서는 자신의 공부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방법에 대한 노하우와 테크닉을 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공부의 달인"답게 상당히 좋은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읽는 이로 하여금 "아, 그렇구나"라는 것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 생각으로는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그 눈높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는 과연 이 책을 "불특정다수"가 볼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하고 책을 쓴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것은 전혀 포커스를 잘 못 맞추었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은 새삼스레 "공부법"에 대해 공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학생들은? 초중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이 책은 솔직히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읽고 자녀들에게 이렇게 공부하도록 가르쳐주라, 라는 "자녀교육법"에 대한 지침서도 될 수 없습니다. 평범한 부모들이 읽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독자층이 애매모호한 정말 어중간한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는 나무는 보았으나 숲은 보지 못한 것같습니다.

 

저자는 학위에만도 십여년을 보냈고 졸업후에는 고시를 패스하여 현재는 교과부의 국장이라고 합니다. 공부에 있어서는 실로 달인이라 할만하죠. 저자 스스로도 자신은 취미가 "공부"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라기보다 저자만의 "공부철학"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차라리 저자가 자신이 잘 아는 행정학이나 경제학에 대해 책을 썼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류는 한 주제만을 파고들기 때문에 명확한데다, 또 읽는 사람이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제목이 "공부궁리"인데 저자는 왜 제목을 이렇게 붙였을까라는 질문부터 던지고 싶습니다. 이 제목부터 무슨 말인지 도무지 와 닿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