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에 이 책을 신청했을때는 오해했습니다. 자녀 독서지도법같은 류의 책이라고 생각했죠.

이 책은 육아서적이 아니라 에세이입니다. 독서광인 저이지만, 제 취향과는 가장 맞지 않는 장르가 시집과 에세이이죠. 처음 읽을때는 다소 따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났을때의 느낌은 저자인 딸의 시점에서는 에세이지만 아빠의 시점에서는 분명 "독서지도법"이라는 것입니다.

저자인 엘리스 오즈마(본명은 크리스티 엘리스 오즈마 브로지나입니다.)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아버지가 매일 저녁 1권의 책을 골라 읽어주기 시작하여 그녀가 성인이 되어 대학에 들어갈때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려 10년(3218일)간 말그대로 "독서 마라톤"을 했습니다.

그녀의 가정사는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그녀가 어릴때 부모는 이혼했고 사춘기시절 편부가정에서 자칫 방황을 겪을 수도 있었음에도 그녀와 언니는 결코 가족애의 결핍없이 훌륭한 한 성인으로 커서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애정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거나 "권장하는 독서습관", "몇권의 책을 읽었다"따위의 상투적인 말은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의 포커스는 독서가 아닙니다. 진짜 주제는 아버지의 딸에 대한 애정, 딸의 아버지에 대한 애정입니다. 도서관 사서 교사인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자부심을 두 딸에게도 "독서마라톤"으로 전해주었습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고집이 강하면서도 침착하고 이해심과 자기 절제력이 강한 사람입니다.(적어도 딸의 시각에서 볼때) 저자가 중학교시절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던 영어시험을 망쳐서 매우 기분이 나빠했을때 아버지는 성적표를 보고 화를 내는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성적표에 가장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것이 딸이었기 때문이죠. 왜 화가 났는지, 딸의 얘기를 들어본후 "너의 말대로라면 분명 선생님이 잘 못 한 것이다"라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성적표의 결과에만 중시하는 대다수의 아버지들은 자녀를 혼내는 것만이 자녀의 성적을 올리는 가장 좋은 자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에만 빠져 있다거나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이에게는 이런 자극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아서 우울해 하는 아이를 몰아붙이는 것은 "좌절"을 줄 뿐입니다. 그녀의 아버지의 행동이 저한테는 매우 인상깊게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도서관의 책들이 창고로 들어가고 대신 컴퓨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자 그것에 격렬히 반발했으나 결국 스스로 은퇴하고 맙니다. 대신 양로원에 가서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택함으로서 새로운 보람된 일을 찾게 되죠. 또한 종이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육위원에도 도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디지털 1세대이면서도 책에 관한한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고 아이패드같은 전자기기로 전자책을 읽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전자기기는 장점이 있지만 눈이 피로할 뿐더러 책 대신 딴짓하기 좋기에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훨씬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면 제 소신과 관계없이 종이책은 사라질지도 모르죠.

이 책은 특별히 읽으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저자의 의도가 어떻든 제게는 아버지가 딸에게 책을 통해 주는 애정이 그 무엇보다도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혹시나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나도 오늘부터 실천해보자"라며 독서마라톤을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그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죠.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5~6살만 되어도 부모가 책을 읽어준다고 무조건 그것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주기 위해서는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이 첫걸음인 것은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