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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만 해도 IQ가 가장 중요했고 공부 잘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는데 요즘은 IQ보다 EQ가 더 중요하고 아이의 대인관계와 사회성을 강조하죠. 학교에서 집단 폭행, 왕따로 심지어 자살하는 사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결코 공부가 전부가 아니며, 또한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도 주변 친구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죠. 그래서 시중에도 이와 관련된 서적들이 정말 많이 나오는 것같습니다.

"아이의 사회성"은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중인 이영애교수가 쓴 책입니다.

이영애 교수가 운영하는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많은 부모들이 근심이 가득한 눈으로 "우리 아이한테 공부 잘 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그냥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만 해도 좋겠어요."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사회 전체가 사교육 열풍에 빠져 있는데 한쪽에서는 아이의 원만하지 못한 사회성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이 있다는 얘기이죠.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혼자 있을때.

나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아빠는 이해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해되지 않는다.

심리평가에서 한 아이가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왜 그 아이는 이렇게 적었을까. 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을때가 가장 행복하며 심지어 엄마, 아빠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일까. 아이가 이렇게 된 것에는 반드시 부모에게 그 잘못이 있는 것입니다. 더 문제는 대다수의 부모들이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닥칠때까지도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들이 무엇을 잘 못 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다만, 자신의 방법이 아이에게 정말 옳은 것인지 생각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것은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에게 최선은 고사하고 자기 앞가림조차 급급해 하는 한심한 부모들도 많이 있지만요.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회성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하고 사회성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아이가 태어나 학교에 들어가 다닐때까지 사회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하는지, 사회성이 낮은 아이들이 겪는 크나큰 고통, 그리고 부모가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저자의 상담사례를 예시로 삼아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통 부모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부부간의 불화가 심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면 아이 역시 그것을 대물림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빠가 알콜중독자라면 아들 역시 알콜중독자가 되고 손자까지도 알콜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엄마가 학창시절에 왕따에 괴롭힘을 당했는데 딸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는 예도 있습니다. 즉, 아이의 사회성은 전적으로 부모의 영향에 좌우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존의 대부분의 서적에서 단순히 부모의 육아방식에 촛점을 맞추고 말한다면, 이 책에서는 아이의 기질을 보고 그 기질에 맞는 육아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100명의 아이가 있다면 각각의 아이는 죄다 기질이나 성격이 당연히 다를 것입니다. 100명의 아이에게 100명의 부모가 똑같은 육아방식을 쓴다고 똑같은 결과가 나올리 없다는 것이죠. 순한 아이가 있으면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가 있습니다. 순한 아이에게 통하는 방식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에게 통할리가 없죠. 특히 예민하고 까다로울수록 부모로서는 양육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기질이 까다로운 아이에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장황하게 잔소리하지말고 "이런 짓을 하면 혼낼거야"라고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라.

2. 규칙을 정할때는 아이와 협상하거나 논쟁하지 말라. 때로는 부모는 독재적인 모습도 필요하다

3. 단호하게 말하라. 부드럽게 말하면 아이들은 부모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오해한다

4. 경고를 남발하지 말라.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때마다 경고만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5. 벌을 줄때는 아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감내할 수 없는 벌을 준다면 아이는 그 상황에만 압도되어 자신의 잘못을 잊어버린다.

어느 육아서적에서나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아이의 사회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애착관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위에서 적었던 아이와 부모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관계라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될리가 없죠. 또한, 과잉보호나 간섭을 하지 말고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 주라고 말합니다. 부모아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만으로 2살때까지만 일뿐, 그 이후는 아이에게도 자율성과 판단능력이 형성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간섭과 통제는 최소한으로 하고 아이에게 믿고 맡겨야만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죠.

물론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어디까지나 저자의 어드바이스일뿐, 그 이상의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부모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이가 문제없이 크고 있는지 증명해 줄 수는 없죠. 그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본 많은 육아서적에서 "아이의 사회성"과 관련한 지침서로서는 가장 훌륭하고 공감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원만하지 못한 사회성에 대해 부모들이 걱정하고 호소하는 여러 사례에 대해 그 이유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줍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 아이와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 친구들한테는 항상 주눅이 들고 집에 와서 엄마나 동생한테 화풀이하는 아이,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아이...

이 책에서도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아이의 사회성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재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1958년부터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의 육아에 아빠가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성적도 좋고 자존감이 높을뿐더러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과 결혼생활도 성공적이라고 합니다. 아빠육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죠.

책 내용중에 무척 공감가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코이"라는 비단잉어가 있다고 합니다. 이 잉어를 작은 수족관에 넣으면 고작 5cm밖에 자라지 않지만 강물에서 자라면 90~120cm나 자란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아이도 이 비단잉어와 마찬가지이죠. 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그 정도밖에 자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이를 믿고 더 많은 기회를 준다면 그 아이는 그에 맞게 꿈을 활짝 펼쳐나가게 될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사실은 아이에게는 좁고 답답한 작은 수족관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던 것이 과잉보호가 되어 되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한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