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경제사(史)를 논하면서 공과와 비평을 건너뛸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와 경제는 고유한 영역이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국가 발전전략과 경제정책을 얘기하는 ‘대통령 경제사’라면 더욱 그렇겠다. 이승만? 이른 유학으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눈을 떴지만 결국 무너졌다. 박정희?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 운동을 위시한 경제개발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를 위한 독재였는지 독재를 위한 경제였는지 모호하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볼까. 3저 호황, 서울올림픽, 인천공항 건설 등의 공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에, 평화의 댐에, 비자금도 있다. 김영삼은? 그 이름도 유명한 금융실명제와 2002 한일월드컵 유치가 있을 거다. 그러나 이번에는 IMF 직격탄. 김대중 정권은 어떨까. IMF 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 금감원과 금감위, 공기업의 민영화. 반대로 88만원 세대의 양산이 있다. 노무현? 성장과 분배의 고민과 행정수도 이전을 꼽을 수 있겠지만 완급조절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인데…… 그냥 제외하자. 머리말에서 저자가 얘기한 ‘대체로 후임자는 전임자가 놓은 주춧돌을 딛고 한국 경제를 한 발짝씩 앞으로 이끌고 나아갔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전임자들이 남기고 간 것은 정말 ‘주춧돌’이었을까? 그런 면도 있을 테고 아닌 부분도 있다. 『대통령 경제사』는 1945년에서 2012년까지의 대통령들의 경제적 업적을 기술한다. 전반적으로 일목요연하고 객관적이며 큼직큼직한 주제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왠지 여기서 석연찮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앞서 나는 대통령들의 경제사이기에 정치와의 접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읽는 내내 어딘지 모르게 살짝 치우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중앙일보 이력 때문일까? 그렇게 보고 싶진 않지만(참 서글픈 일이기에) 뭔가 좀 수상하다. 아마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ㅡ 이 점을 빼면 굵직한 경제사를 만날 수 있는 썩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