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의 환희를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한마디로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문학을 전공하거나 한국현대문학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순수문학에 대해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역시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오늘날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인터넷소설이나 흔한 사랑이야기를 소재로한 소설들을 보면서 그러한 작품들에 대해 조금은 무시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러나 환희를 읽고 나선 흔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가볍게 읽으면서도 작품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환희는 네명의 다섯명의 남녀가 서로 얽히고 풀어지며 그 안에서 시대와 여성상 그리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재미있고 흡입력있게 쓰여진 책이다. 진정한 사랑은 마음뿐만이 아닌 몸의 순결함까지 요구하는가? 여성이 마음 깊은 곳에 품고있는 이상적인 사랑이란 결국 남성의 배경만을 염두에 둔것인가?
영철,설희,우영,혜숙,선용 이 다섯 남녀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힘든 여정을 각자 나아가게 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 사랑하던 사이인 기생 설희의 죽음을 알게되고 차마 큰소리내어 울지도 못하여 흐느끼는 영철의 슬픔과, 우영과 선용 두사람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과 여성의 절개에 대해 갈등하던 혜숙이 설희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낙화암에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하는 장면은 이 책의 가장 압권이라고 할만하다. 몰락한 백제의 영화와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삼천궁녀의 슬픈 결말을 다섯남녀를 둘러쌓던 모든 사랑의 종말과 연관하여 교차시킨 문장의 표현은 슬프고도 아름다움 자체였다.
통속문학이란 무엇인가? 통속문학은 순수문학을 능가하는 작품성을 가질수는 없는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또 현대소설에 대해 어렵고 지루하다고만 느껴져 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환희"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속에서 반드시 자신이 찾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