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내게 너무나 익숙한 그가 어느 날 작가로서 등장하는 것이 왠지 낯설었다. 더구나그 첫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에 혹시 사업주의에 물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당혹감마저 든다. 내가 대학을 다니며 접하게 되었던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라는 시집과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니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너를 사랑해’라는 시집을 통하여 신선한 그의 시속에 물들어있는 맑은 정신을 보았었기에,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늘 ‘사랑’이라는 테마가 가져다주는 진부하거나 매력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이야기에서 머물지 않고 그가 시에서 보여준 탁월한 감상을 보여만 줄 수 있다면 비록 상업주의가 가미된 소설이라도 충분히 이해하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속의 서로 다른 주인공 네명이 보여주는 각각의 사랑이 나름대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 예전에 한 사람의 자아만 생각하면 되었던 시인의 굴레에서 많이 진일보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흐름을 중시하다보니 배경과 상황묘사 등에서 조금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원래 시인인 그가 압축된 그의 생각을 풀어 놓듯이 전개하는 구성은 그만의 매력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그의 시적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을 받아본 자만이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은 표현할 때 배가 된다는 말을 진리처럼 믿어온 나에게 사랑은 숙제도 아니고 리콜의 대상도 아니다, 그저 사랑은 늘 삶속에서 공존하는 생명체다.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을 주고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진리를 오늘도 실천하고자 한다. 

결국,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주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 받은 사랑을 주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인 것이리라.

사랑, 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