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주인공 '치즈'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다가, 독립을 하게된다. 먼 친척이라는 '깅코'할머니와 함께 살게되는데, 고등학교 때 만난 남자친구 '요헤이'와는 '공기'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아니, 공기와는 다르다. 없어도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므로....

 그러다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헤어지게되고, 프리터의 삶을 살아가다 새로운 남자친구'후지타'가 생긴다.

 이젠 역에서 내 얼굴을 봐도 그다지 반가워해 주지도 않는데 어째서 여전히 함께 있는 걸까? "타성'이란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또다시 같은 패턴에 빠져들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헤이와 후지타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가끔씩 닮아 있다. 책을 읽고 있다가 방해 받았을 때의 말이라든가, 걸을 때 내 쪽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점이라든가.

 '치즈'은 또다시 남자친구의 배신을 겪는다. 그러는 사이에 70살의 깅코할머니는 '치즈'의 온갖 히스테리와 심술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그저 시치미로 일관하고, 일흔살의 나이에도 치즈의 화장품을 품쳐 바르고, 남자친구 '호스케'씨와 사교댄스를 즐기고 밸런타인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는 20살의 치즈가 보아도 질투를 느낄정도로 사랑스럽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깅코할머니는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동요되지 않는 여유와 강인함을 지니고 있으므로 20살이라 겪는 '치즈'의 불안함을 채워준다.

 70살할머니와 20살주인공의 동거이야기! 여자끼리의 은근한 질투나 적대감도 살짝쿵 느낄수 있고, 할머니를 보면서 부럽기까지 했다. 큰 변동이 없을 삶, 조용하고, 평온하며, 불안하지 않고,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수 있는 할머니의 삶. 참으로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보단 조금 더 나은 미래가 있을수 있다는 희망, 바로 그 희망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 책은 작가의 그려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너무나 섬세하게 표현해서 마치 잔잔한 일본영화 한 편을 본 듯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과 비슷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