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홉살 인생'이라는 영화를 봤었던 기억에 같은 재목의 책을 빌렸다. 그 주인공 남자아이가 참으로 괜찮은 아이라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서너장을 읽고나 보니, 이 책이 원작이였다. 영화는 어떻게 각색을 했을까 싶어 끝까지 읽어봤다.

  스물아홉이 된 작가가 아홉살적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그래서 아홉살이지만, 때로는 그 나이답지 않은, 너무나 철이 들어버린 아이로 그려진 것 아닐까? 하지만 이야기의 중간중간 한국판 어린왕자 마냥 우리에게 곱씹어봐야 할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수술자국 아파?"
"아프진 않지만, 보기에 무척 흉측해. 하지만 만일 네가 내 수술 자국을 정말루 보고 싶어한다면, 난 보여줄 수도 있어. 왜냐하면 나는 너한테 내 흉한 모습을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그게 너무 흉측해서 갑자기 내가 싫어진다 해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p198

  새침떼기 여자아이 우림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한테 하던 말이다. 어린아이라서 그런걸까? 참 용기있다 생각되었다. 원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법인데, 그 마음이 원래 속이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더 큰 법인데 말이다. 설령 그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말이다.  

"...맹장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어. 나만 빼놓고...나는 수술 자국을 볼 때마다 그걸 몹시 부끄러워하게 될 테지."
"물론 맹장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하지만 중요한건,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걸 내가 못 가졌다는 사실이야.난 그걸 참을 수 없는 거야." p198

 살아가는 데 별로 필요 없는 것 조차 나만 갖지 못했다는 허영심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이랄까? 이렇게 이 책은 아이들의 시선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과거 때문에, 현재 때문에, 미래 때문에......혼자만의 울타리를 쌓으려 드는 것은 더욱더 어리석은 짓이다. 못된 거인이 정원에 울타리를 쌓자 봄이 오지 않았다던가! p259 

  그렇게 때로는 기쁨도, 슬픔도, 절망도, 사랑도,,, 그렇게 느끼고 부딪치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숨지말고!!...^^